(헬스&사이언스)"개가 파킨슨병을 증상 전 냄새로 98% 정확히 감지한다"
브리스톨대·맨체스터대·의료탐지견 단체 공동 연구
개가 파킨슨병 감지한다는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
2025-07-22 09:00:30 2025-07-22 14:37:50
의료 탐지견, 골든 리트리버 범퍼(Bumper)와 블랙 래브라도 피넛(Peanut). (사진=Medical Detection Dog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개가 사람보다 먼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의 등장을 감지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의료탐지견 단체인 ‘의료탐지견들(Medical Detection Dogs)’이 공동 진행한 최신 연구에서, 특별히 훈련된 개들이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파킨슨병 환자의 체취를 구별해낼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의 특이도는 98%, 민감도는 최대 80%에 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7월15일 학술지 <파킨슨병 저널(Journal of Parkinson’s Disease)>에 게재됐으며, 과학계에 조기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증상 전 ‘피지 냄새’로 판별…사람은 못 맡는 냄새 감지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의 피부 피지(皮脂) 샘플 200여개를 수집해, 골든 리트리버 ‘범퍼(Bumper)’와 블랙 래브라도 ‘피넛(Peanut)’ 두 마리 탐지견에게 수주간 훈련시켰습니다. 개들은 샘플을 담은 스탠드 앞에 서서 파킨슨병 양성 시그널이 있는 샘플은 정지 동작으로 표시하고, 음성 샘플은 무시하면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학습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이중 맹검(double-blind)’ 실험이었습니다. 탐지견 훈련자는 물론, 샘플을 제시하는 담당자도 어떤 것이 양성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개의 후각만이 판단 근거가 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 결과 두 마리 탐지견은 파킨슨병이 있는 환자의 샘플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확도로 식별해냈습니다. 
 
브리스톨 수의과대학의 니콜라 루니(Nicola Rooney)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체취가 존재함을 명확히 보여줬다”라며 “이 향기 지표는 인간은 감지할 수 없지만 개는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민감도 70~80%는 우연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발병 20년 전에도 예측 가능…조기 치료·진행 억제 기대
 
현재 파킨슨병은 초기 진단이 거의 불가능하며, 증상이 수년간 천천히 진행되다 근육 경직, 떨림, 운동 저하 등의 임상 증상이 분명해졌을 때에야 확진됩니다. 환자에 따라 확진까지 최대 2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료탐지견들'의 CEO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인 클레어 게스트(Claire Guest)는 “이러한 진단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개의 후각 능력을 활용한 접근이 매우 유망하다”며 “비침습적이고 빠른 진단은 질병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맨체스터대학의 페르디타 바란(Perdita Barran) 교수는 “향후 진단 키트로 개발되면 누구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피부 샘플을 수집해 검사를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 조이 밀린(Joy Milne)의 후각 관찰에서 영감을 얻은 ‘Nose2Diagnose’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의료 탐지견 블랙 래브라도 피넛(Peanut). (사진=Medical Detection Dogs)
 
‘개의 코’가 여는 미래 의학의 문
 
현재로서는 파킨슨병의 확정 진단이 가능한 바이오마커가 존재하지 않지만, 이 연구는 “후각 기반 진단”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피부 샘플 채취만으로 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효과성은 물론 환자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의료탐지견들'에서 훈련받은 개들은 단체 소속인 경우도 있고, 고객이 소유한 개도 있습니다. 의료 탐지견과 더불어 의료 경보 지원견도 활약하고 있는데, 놀라운 후각을 활용해 개들은 응급 상황 전에 발생하는 미세한 냄새 변화를 감지하고, 해당 개인이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경고하도록 훈련됩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현재 우리 개들은 다음과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구체적으로 체위성 정립성 빈맥 증후군 (PoTS), 애디슨 병, 중증 알레르기, 1형 당뇨병, 기타 내분비 장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발작 등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개들은 환자의 질환 관리에 도움을 주고, 긴급 전화와 병원 입원을 줄이는 데 기여하며, 환자와 그 가족, 보호자에게 더 큰 자신감과 독립성을 부여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단순한 동물 훈련 기관이 아니라 의료와 과학, 동물행동학이 융합된 ‘첨단 바이오 감지 연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더 많은 탐지견을 활용해 대규모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특히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 등에도 유사한 체취 신호가 존재하는지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개의 코’가 인간보다 먼저 아픈 미래를 밝혀낸다면 인간에게 가장 충직한 동물인 개가 그 충직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의료 탐지견 골든 리트리버 범퍼(Bumper). (사진=Medical Detection Dog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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