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시골 생활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영국의 '의료 사막지대' 악화 문제 부각
2025-07-21 09:49:02 2025-07-21 16:11:31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7월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 농촌 지역에서 의료 접근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랭커셔 북부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필 우드포드(54)는 일요일 아침 뇌졸중이 발생했으나, 인근 지역에서 혈전 제거술을 제공하는 병원이 없었던 탓에 장애를 입게 됐습니다. 그가 살던 지역에는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혈전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인 혈전제거술을 제공하는 주말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치료를 받지 못해 뇌졸중은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습니다. 그는 4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현재 왼쪽 몸의 통증과 운동 장애를 포함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도시인 리버풀에 있었다면 이런 장애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영국의 농촌 지역은 의료 시설이 분산되어 있고 교통 인프라가 취약하며 현지 의료 인력이 부족해 의료 서비스 제공이 더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 사막(medical desert)’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농촌 주민들은 만성 질환이나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농촌 주민은 도시 지역보다 평균 6세가량 연령이 높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 허브 설립 및 디지털 의료 서비스 확장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표합니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NHS 10년 계획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지역 건강 서비스’ 허브가 설립되어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약사, 보건 방문원, 호스피스 직원, 구급대원, 치과 치료사 등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부는 환자들이 어디에 살든 더 쉽고 빠르며 편리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든지 “집 근처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영국 총리나 보건부 장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나 언론의 전망은 다릅니다. 
 
텔레그래프가 상세히 소개한 서부 지역 사례는 이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주변에 응급 치료 센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경미한 부상이나 다른 문제로 진료실 앞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고 서부 지방의 한 일반의사의 말합니다. 가장 가까운 응급실(A&E)까지 15마일 떨어진 곳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편도 2시간이 소요됩니다.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이동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라고 덧붙입니다. 그녀의 진료소는 경미한 부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받았지만 최근에 이 자금이 삭감되었습니다. “환자들은 여전히 우리가 그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이나 자원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지침에 어긋난다”라고 그녀는 덧붙입니다. “환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화를 내며, 직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한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10년 계획이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지만, ‘잘 실행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텔리그래프의 기사는 “약속된 변화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 사막’ 상황은?
 
이러한 영국의 상황은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특히 농촌 지역의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는 심각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읍면 지역 중 약 40%가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의료 취약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전남 신안군, 경북 봉화군 등의 지역에서는 응급 의료시설 접근성이 매우 낮아 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농촌 지역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의료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의료진의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의료 공백이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예 없는 시군구 역시 각각 14곳, 11곳이나 됐습니다.특히 응급 의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긴급 상황 발생 시 환자들이 병원 도착까지 긴 시간을 소요하거나, 골든타임을 놓쳐 장애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치과의료 분야에서도 농촌 지역에는 치과 병원이 부족해 주민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정기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만성적인 구강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경제적 여건 때문에 도시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공의료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지역별 의료원 설립,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확대하고, 원격의료 및 디지털 의료 기술 활용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격의료 및 디지털 의료 기술 활용 관련 입법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인프라의 부족과 불균형한 분포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돌파하려는 국가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농촌 지역의 의료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의료 인력을 농촌 지역에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져야 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과 공공 교통망 확충을 병행해야 합니다.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무엇보다 각 지역마다 다른 의료 자원과 인구 구성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획일화된 응급의료 대응이 아니라, 각 지역별 여건에 최적화된 응급의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중앙정부가 과감히 지원하고 유지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실행 없이는 농촌 지역 주민들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와 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겠습니다. 
 
원격 디지털 의료가 '의료 사막'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입법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진=ChatGP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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