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옥스퍼드대 출판사 "중국 정부 후원 학술지 내지 않겠다"
소수민족 DNA 활용 비판하는 윤리 논란 끝에 퇴출 결정
2025-07-18 10:00:09 2025-07-18 15:27:33
과학 및 의료 연구에서의 DNA 윤리 문제는 중요한 실험대가 되고 있다. (사진=Gettyimage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영국 최고 권위의 학술 출판사인 옥스퍼드대학교출판사(Oxford University Press, OUP)가 중국 정부 후원을 받는 법의학 학술지의 출판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해당 저널이 중국 소수민족의 DNA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반복적으로 게재하며 국제 윤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우려가 결정적 배경이 됐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저널은 지난 2023년부터 OUP가 출판을 맡아온 법과학 연구(Forensic Sciences Research, FSR)입니다. 이 학술지는 중국 사법당국의 경찰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위구르족 DNA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다수 발표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OUP “2025년 호로 출판 중단”…공식 사유는 언급 안 해
 
지난 7월16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Gusrdian) 보도에 따르면, OUP는 지난 7월 FSR 웹사이트에 공지문을 올리고 “2025년 10권 4호를 마지막으로 FSR의 출판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OUP는 출판 종료의 구체적 사유에 대해 언급을 삼갔지만,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는 그간 누적된 ‘비윤리적 연구 게재’가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대표적 논문은 2020년에 발표된 것으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수집한 위구르인 264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익명화된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논문 공동저자가 신장 경찰 대학 소속이었으며, 연구 자금 역시 중국 보안기관에서 지원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크게 일었습니다. 
 
“위구르 DNA 수집 논문들, 자발적 동의 있었나?”라는 학계의 문제 제기
 
논문 철회를 촉구한 학계 인사는 벨기에 루벤대학교 유전학 교수 이브 모로(Yves Moreau)입니다. 그는 “해당 논문들은 연구 참여자들이 자유의사로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DNA 연구는 경찰 감시 기술과 직결되는 만큼, 윤리 기준이 더욱 엄격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OUP는 2024년 문제 논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논문은 끝내 철회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2023년 이후 FSR에 게재된 중국인 대상 DNA 연구 논문 중 2편은 윤리적 문제로 OUP가 직접 철회했습니다. 두 논문 모두 일부 저자가 중국 공안 출신이었습니다. 
 
유엔도 지적한 대량 감시…“DNA 채취, 감시 위한 도구”
 
중국 당국은 건강 검진을 명목으로 위구르족 수백만 명으로부터 DNA 샘플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 단체와 위구르 망명자 단체들은 “이 조치는 자발적이 아니며, 대규모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유엔 인권사무소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신장 정책은 인류에 대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FSR은 중국 법무부 산하 법의학 아카데미가 발행하는 학술지로, 설립 초기부터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공동 편집장인 두아르테 누노 비에이라(Duarte Nuno Vieira)는 “정부 자금은 편집 방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 신뢰성에는 의문이 제기돼왔습니다. 
 
OUP가 손을 뗀 FSR은 네덜란드 학술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케아이(KeAi)가 향후 출판을 맡게 됩니다. FSR 편집진은 “과거의 성공 위에 더욱 밝은 미래로 나아갈 전환점”이라며 출판사 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국제 학계는 FSR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과나 반성 없이 출판사를 옮긴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국제학계, 중국 유전체 연구 윤리 비판 고조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 등 세계 유수의 과학 저널은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제출된 유전체 연구 논문 수십 건을 인권 및 윤리 기준 미비로 인해 철회한 바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나 수감자, 아동 등 ‘취약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자발적 동의 여부와 연구 목적의 정당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인권감시기구(HRW)는 “법의학 유전학은 범죄 해결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나, 권위주의 국가의 손에 넘어갈 경우 인권 침해의 수단이 되기 쉽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97년 11월 채택된 유네스코(UNESCO)의 ‘인간 유전체와 인권에 관한 보편적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the Human Genome and Human Rights)’에는 “개인의 유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치료 또는 진단은 해당 위험과 이익에 대한 엄격하고 사전 평가를 거쳐야 하며, 국가 법령의 다른 요건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모든 경우에 해당 개인의 사전,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한 동의가 얻어져야 한다... 각 개인은 유전적 검사 결과 및 그 결과로 인한 후과에 대해 알 권리와 이를 거부할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OUP의 이번 결단은 단순한 출판 계약 종료가 아닌, 학술 출판의 윤리성과 공공성, 독립성에 대한 세계적 재조명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학술기관과 출판사들이 윤리 기준과 인권 감수성을 보다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OUP가 출판 종료 방침을 밝힌 학술지 법과학 연구(Forensic Sciences Research, FSR) 표지. (사진=FSR 웹사이트)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