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름엔 맥주만? 시원한 전통주 칵테일 한 잔의 가능성
2025-07-21 06:00:00 2025-07-21 06:00:00
7월 초부터 이어지는 더위가 심상치 않다. 6월 말부터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더니 30도를 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평년 7월(24.6도)과 8월(25.1도)보다 올여름 월별 평균 기온이 모두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른 무더위로 인해 편의점의 여름 기획 상품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1일까지 안주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무더위로 인해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가격 부담이 덜한 편의점 안주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더위를 잊기 위해 바다나 산으로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멀리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휴가를 포기하고 에어컨을 켠 채 집에서 ‘홈캉스’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무더위를 가장 쉽게 잊는 방법 중 하나는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일 것이다. 이때의 청량감은 평소 맥주를 즐기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만하다. 맥주 업계에 따르면 여름철(6~8월) 맥주 소비량은 평소보다 20~30%가량 증가하며, 특히 ‘열대야’가 있는 날에는 소비량이 더욱 늘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맥주 소비 증가 현상 속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알코올 맥주와 열량 및 알코올 도수가 낮은 라이트 맥주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무알코올 및 비알코올 음료는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고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무알코올 및 비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2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여름철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 등의 술들이 상대적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통주는 대체로 무거운 맛을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으므로, 청량감을 앞세운 맥주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하이볼, 혹은 칵테일 형태의 RTD(Ready to Drink, 제조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상품화된 음료) 술들에 비해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술을 살펴보면 낮은 도수에 탄산이 들어간 술들이 많다. 위스키나 보드카 등의 주류에 탄산수와 과일즙 등을 섞어 시원함과 청량감을 더한, 편의성이 높은 음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홈술’ 트렌드와 낮은 도수 음주 문화의 확산이 더해지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시기 부담 없는 술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통주에는 탄산이 들어간 제품이나 낮은 도수의 여름용 제품이 많지 않다. 따라서 기존 제품보다 마시기 편한 형태로 전환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주에 탄산을 넣은 전통주 하이볼이나, 알코올 도수를 낮춘 칵테일 형태의 소비 방식에 대한 시도가 요구된다. 하이볼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낮춘 하이볼 제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볼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 일상에서 쉽게 즐기는 술로 인식되고 있다. 전통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전통주 하이볼 레시피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왔다. 그러나 그동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전통주 칵테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칵테일로는 모히토와 진토닉이 대표적이며, 두 칵테일 모두 레시피가 간단하고 여름철에 마시기 시원해 인기가 높다. 반면 과거의 전통주 칵테일은 다소 복잡한 제조 방식 때문에 만들기 번거롭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는 소비 확산에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주 칵테일 레시피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탄산수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어 전통주의 풍미에 어울리는 탄산수를 선택하고 적절한 혼합 비율을 소비자에게 안내한다면, 전통주 칵테일의 소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주를 활용한 하이볼이나 칵테일이 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전통주 자체의 맛과 향이 더욱 뚜렷해질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낮은 도수 주류 소비문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산할 것이다. 올여름이 아니더라도, 전통주에 맞는 하이볼이나 칵테일 제조법을 제공하는 것은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이러한 레시피는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이볼이나 칵테일 레시피들이 축적된다면,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아래에서 전통주 칵테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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