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서둘러 가야 할 정년연장의 해법
2025-07-18 06:00:00 2025-07-18 06:00:00
6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었다. 60세 이상 노년 고용률은 48.1%로 청년층(15-29세) 고용률 45.6%보다 높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41%인데,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 37.3%에서 더 높아졌다. 당시에도 OECD 평균인 13.6%의 2.7배 수준이었다. 노후 소득은 한참 일하던 시기에 비해 20.2% 밖에 되지 않는 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5%라지만 수급자도 31%밖에 안되고 이마저도 모두가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공적 연금의 소득 기여율은 30.0%로서 OECD 평균 5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늙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으니, 이 나라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노년 고용의 1/3은 단순노무직이고, 비정규직 비율은 65세 이상이 61.2%이고 70세 이상은 85.1%에 이른다. 불안정 일자리를 전전하니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노인 빈곤율은 40%에 이르러 OECD 평균의 세 배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이고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진다. 현재 정년은 60세라 노후 소득공백을 공공연히 인정하는 나라라서 이런 살풍경을 빚어낸다. 그러니 실질 은퇴연령 72.3세로 늙어서까지 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53세로 20여 년간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라도 마다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년연장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굳이 법적 정년연장에 주목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노후 소득공백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에 오래 머물게 하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2013년에 법적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개정하고 나서,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을 기존 49.4세에서 53.1세 또는 54.9세로 높이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이승호 외, 2023 노동연구원).
 
법적 정년연장은 보편화 효과가 작용한다. 정년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22%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의 77.5%가 도입하고 있다(100~229인 92.2%.,300인 이상 95.3%;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2024). 취업규칙 작성이 의무화 되어 있는 상시 10이상 고용 업체의 상당수는 정년제도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법적 정년연장의 효과가 폭넓게 발휘된다. 그럼 정년제도가 없다는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의 1/4은 물론 그 이하의 기업에 유인책(지원)과 견인책(의무화)을 병행하여 확산하면 된다. 인력난에 고심하는 영세 중소기업은 자발적 정년연장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지원정책 효과도 높을 것이다. 「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법」에 버젓이 규정되어 있는 정년 규정도 안 지키는 걸 감독하지 않는 노동행정도 바뀌어야 한다. 이 참에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아니라 고용‘안정’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년연장 추진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부터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 TF’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노사 대표와 국회의 관련 상임위 의원들도 다수 참여해 지난 정부의 색채를 벗어나지 못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대신하는 정년연장 관련 실질적 사회적 대화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대선을 경과하며 몸풀기를 했으니 이제 결과를 내야 할 시간이다.
 
해법은 단순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장치 마련은 풍부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불일치하는 정년제도는 바꾸어야 한다. 2033년까지 65세로 늘리는데 8년이란 시간이 주어져 있다, 노인빈곤이라는 긴박한 문제가 있기에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이 그리 짧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지금부터 27년까지 61-64년생에 적용되는 63세, 28-32년에 65-68년생에 적용되는 64세, 33년부터 69년생 이후에 적용되는 65세라는 시간표를 법적 정년에 적용하는 과정은 재고용 중심의 사용자 의견과 법적 정년연장 중심의 노동자 의견을 조율해 반영할 기회이기도 하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청년 고용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부문 총정원관리제도는 수정, 폐기되어야 한다. 민간 기업에는 정년연장으로 인한 노년 고용과 청년 고용을 모두 포괄하고 고용의 질까지 담보하는 고용공시제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지원책이 제대로 쓰이고 공표효과라는 견인책으로도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 추세인 65세 이상 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인 70세 까지 고용연장 의무화도 담아야 한다.
 
법적 정년연장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노인을 국민답게 대하는 출발점은 될 것이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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