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메타, HBM ‘큰손’ 부상…삼성전자·하이닉스 ‘즐거운 비명’
글로벌 빅테크들, '주문형 반도체' 진출
HBM 공급 다변화…메모리 3사 호재로
"엔비디아처럼 생태계 못 만들면 한계"
2025-07-15 15:58:41 2025-07-15 18:07:22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마존·구글·메타 등 AI 분야에 특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습니다. 각 기업이 자사 AI에서 고효율을 보장하는 반도체를 설계하면서 직접 HBM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ASIC 시장의 급성장으로 HBM 수요도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사들의 물량 경쟁이 본격화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관람객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HBM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3사’는 ASIC 기업을 대상으로 HBM 공급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일례로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당시 주력 고객사로 엔비디아, AMD와 함께 ‘ASIC 플랫폼’ 기업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SIC 고객사들의 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엄’,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 메타의 ‘MTIA’ 등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 AI 모델에 특화된 자체 AI 칩 설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에서 제작한 AI 가속기는 범용성이 뛰어나지만, 특정 AI에서는 맞춤형으로 제작된 ASIC의 효율이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AI가 고도화하고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맞춤형인 ASIC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ASIC 출하량이 엔비디아 공급량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올해 구글의 TPU 출하량은 150만~200만개, 아마존의 ASIC는 140만~150만개로 추정됩니다. 내년부터 메타 등 다른 기업까지 참전할 경우, 엔비디아의 연간 AI GPU 공급량(약 600만개 이상)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은 올해 글로벌 AI ASIC 시장 규모가 300억달러(약 41조원)에 이르고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ASIC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물려 HBM 제조사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고객 다각화에 따른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3사도 공급량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거래처인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과 아마존, 구글 등의 ASIC 칩에 HBM을 대량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도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설비 투자에도 착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실상 중단했던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공사를 곧 재개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 신규 공장을 완성한 후, 곧바로 D램 생산라인 가동을 위한 설비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쿠다(CUDA)를 통해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엔비디아와 달리, ASIC 제조사는 독자적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 점을 들어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생태계 자체가 독점된 상황에서는 다른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엔비디아가 생태계를 독점했다”며 “비용도 크지만, 엔비디아가 쿠다를 통해 생태계를 꽉 잡고 있다 보니 다른 기업이 틈새공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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