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재무 성과 vs 공공성 딜레마…기관별 특성 반영 시급
성과급·해임 연동된 일률적 지표…기관 특성 반영 어려워
'재무 부진' HUG D등급·주금공 C등급 3년째…공공성과 충돌
기관 목적과 업무 부합하는 새 기준 필요
정권 따라 바뀌는 평가 체계도 고쳐야
2025-07-15 15:10:43 2025-07-15 17:27:38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는 정책금융기관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성과가 우수하면 정부 지원이나 정책 우선권, 성과급 혜택 등이 따르지만, 성과가 부진하면 기관장 해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관들은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들여 평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성 중심 기관은 재무성과와 공공성 간 딜레마에 직면해 있어, 기관별 특성과 목적을 반영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8개 정책금융기관의 2024년 경영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아 유병태 사장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고, 지난 6월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은 '보통(C)' 등급을,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우수(A)' 등급을 각각 받았습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양호(B)'로 평가됐습니다. 중기부가 평가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유일하게 '탁월(S)' 등급을 받았습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7월말 이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2023년과 비교하면 무보와 캠코는 1등급씩 상승했고, 한벤투는 2등급 올랐습니다. 반면 신보와 기보는 1등급 하락했으며, HUG와 중진공, 주금공은 같은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획일적 기준이 아닌 각 기관의 설립 근거법의 목적과 업무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추격 산업에서 창조선도 산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하는 시대에는 기술기반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기여도에 방점을 찍는 KPI(핵심평가지표)를 먼저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금공·HUG, 건전성과 정책 수행 충돌
 
다만 공공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책금융기관에 대해 재무성과 부진이 기관장 교체 등 기관 평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HUG는 최근 5년간 A등급을 한 차례도 받지 못했는데요. 2024년 당기순손실은 2조5198억원으로, 2022년(4087억원)과 2023년(3조8598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전세사기, 역전세난 등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쳤으나 이에 대한 개선 계획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2023년 HUG 경영평가 지적 사항 중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도 포함됐습니다. 공공기관 평가 항목 중 재무성과와 공공성 간의 충돌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보증 사고와 대위변제 건수는 부동산 경기와 사실상 연동돼 있어 예측하거나 예방하기 어렵다"며 "정부마다 중시하는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경영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주금공 역시 2022년부터 3년 연속 C등급에 머물렀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803.48%에 달했고, 2년 내 1000%에 근접할 수 있다는 지적이 2024년 국정감사에서 나왔는데요. MBS,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정부 주택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주금공의 특성상 재무건전성과 정책 수행 간 균형이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 정부 공공기관 정책 방향과 경영평가' 정책 세미나에서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기업정책학과 교수(공공기관 계량평가위원장)는 "현행 계량지표는 기관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불공정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부채비율, ROA 등 지표가 기관 설립 목적이나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왜곡된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성과급 연계, 단기성과 추구 우려…기관 간 형평성도 문제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이 지난 6월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영평가 결과는 공공기관의 성과급에도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C등급 이상 기관은 유형과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S등급 공기업 직원은 최대 월 기본급의 250%, 기관장은 10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준정부기관은 각각 100%, 60%까지 지급됩니다. 직무급 운영이 우수한 기관은 총인건비에서 추가 인센티브(0.1%p)도 받습니다. 
 
그러나 성과급 확대는 단기성과 중심 경영을 부추기고, 직무급 확대는 오히려 책임감과 동기 부여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같은 세미나에서 강승준 서울과학기술대 부총장은 "예산 수반 기관과 자체 수입 기관은 재정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인건비 기준 역시 달라야 한다"며 "직무급과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주관 부처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재무성과관리 지표에서 기재부가 평가하는 7개 기관의 해당 지표 가중치는 21점인데 비해, 중기부가 평가하는 한벤투는 5점에 불과합니다. 한벤투는 올해 평가에서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았습니다. 
 
평가 방식 개편 추진…"특성 반영·일관성 확보해야"
 
정부는 이달부터 경영평가 지침 개정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9~10월 중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평가 권한을 기재부에서 주무부처로 분산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발의했고,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기재부에서 총리실로 이관하는 내용의 동법안을 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과 관련해 박성진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는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기관별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를 중심으로 지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각 기관의 역할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되,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국민에 대한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평가 체계의 일관성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