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 최성근 박사(前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 김성찬 교수, 광운대학교 전자융합공학과 김정현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 이효진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 (사진=서울대학교)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고형암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신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항암제를 암 조직 깊숙이 그리고 정확히 도달하게 하고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전기-이온 이중영동 항암치료 시스템(DPw-DDS)’이 그것입니다.
이 기술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운대, 경상국립대가 협업해 탄생시킨 성과로 7월9일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습니다.
전기와 이온으로 암세포 깊숙이 약물 침투
기존 항암치료의 가장 큰 한계는 암 조직 내부까지 약물이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조직이 조밀한 고형암은 특히 약물의 침투가 어렵고, 이를 극복하려 고용량을 반복 투여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강 교수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영동(dual-phoretic)’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체내 이식형 무선 소자가 약물을 정량적으로 방출(전기영동, electrophoretic)하고, 동시에 전기장을 생성해 약물을 깊숙이 침투(이온영동, iontophoretic)시키는 방식입니다. NFC 기반 무선 작동으로 외부 전원이 필요 없으며, 저장·방출·침투·정량 제어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정밀 시스템입니다.
동물실험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4배 높은 전달 효율, 종양 크기 50% 이상 감소라는 뛰어난 치료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5주간의 체내 이식 실험에서도 간·신장 등 주요 장기와 정상 조직의 손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 기존 항암치료의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A) 이중영동 무선 화학요법 장치의 이식 레이아웃을 보여주는 개념도. (B) 이중영동 화학요법 장치의 개념도. (C) 무선 이중 전기이동 장치의 구조 및 재료 상세도. (사진=Science Advances)
기존 항암제 그대로 활용…암 외 질환으로도 확대 기대
이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새로운 항암제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약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치료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치료제에 대한 적용도 가능합니다.
암 이외에도 염증, 희귀질환, mRNA 치료제 등 정밀 제어가 필요한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향후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하면 체내 회수 없이 작동을 마치는 비회수형 의료기기로도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입니다.
강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저장·방출·침투를 모두 구현한 정밀의료 플랫폼”이라며 “다양한 질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IST 이효진 박사는 “부작용 없이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이는 현실적 솔루션”이라며 “상용화를 위한 임상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최성근 박사는 후속 연구로 생분해성 디바이스와 차세대 약물 적용성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밀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분야로의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구토, 탈모, 면역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던 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는 이 기술의 진전으로 정밀의학 시대를 앞당기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이온 다이오드 기반 전기장 조절을 통한 전기영동식 약물 전달 제어기술. (사진=Science Advance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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