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부작용·내성 극복한 신개념 칸디다증 치료제 개발
"인간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칸디다만 공격"
KAIST·아산병원 연구진, 유전자 기반 '차세대 항진균 나노치료제' 개발
2025-07-10 10:04:50 2025-07-10 14:54:02
(왼쪽부터) KAIST 정주연 연구원, 정현정 교수, 양승주 연구원, 박아영 연구원, (오른쪽 상단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홍윤경 박사, 정용필 교수, 전은희 박사.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전신 감염을 일으키는 치명적 곰팡이 감염병 ‘칸디다증’. 기존 항진균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밀 치료 전략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에게 급속히 퍼지는 진균 감염병 ‘칸디다증’은 때로는 패혈증을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 곰팡이 감염은 단순한 국소 염증을 넘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확산되며 장기 기능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최근 장기이식, 항암치료, 인공삽입기기 사용 등 면역이 억제되는 치료가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칸디다균에만 정밀하게 작용하고 인체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차세대 항진균 치료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KAIST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정용필 교수팀과 공동으로, 곰팡이 세포벽 형성을 방해하는 유전자 기반 나노복합체 ‘FTNx’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동물실험에서 입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1일 게재되었습니다. 
 
기존 약제는 ‘양날의 검’…인체 독성과 내성의 이중고
 
연구진이 논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칸디나 병원체에 의해 유발되는 곰팡이 감염은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하며, 병원 내 감염 중 가장 중증이고 치료가 어려운 사례입니다. 곰팡이 감염과 관련된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치료 옵션은 불충분하며 항진균제 개발은 미흡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항진균제 대부분은 세포막이나 효소를 광범위하게 공격합니다. 문제는 표적 선택성이 떨어져 환자 세포까지 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반복 감염 시 약제 내성을 획득한 새로운 칸디다 균주가 출현하면서 치료 성과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감염이 진행되기 전에는 대처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칸디다증은 일반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진균 감염이며,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 급속히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대응과 선택적 치료가 관건이며, 기존 치료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성 칸디다균을 표적하는 유전자 치료제 FTNx의 작동 원리 모식도, FKS1 및 CHS3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하는 짧은 DNA 조각을 금 나노입자 기반 복합체에 탑재한 FTNx의 구성 및 작용 메커니즘, 칸디다 세포벽의 주요 성분 합성을 차단해 세포벽 구조를 붕괴시키고 항진균 효과를 유도, 마우스 전신 칸디다증 모델에서의 치료 적용 결과를 나타낸 개념도. (사진=KAIST)
 
표적은 곰팡이의 '세포벽'…핵심 유전자 2종 동시에 저격
 
연구진은 칸디다균의 세포벽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유전자인 β-1,3-글루칸 합성효소(FKS1)와 키틴 합성효소(CHS3)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곰팡이 세포벽의 골격을 이루는 두 가지 성분의 합성을 담당합니다. 정 교수팀은 이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짧은 DNA 조각(ASO)을 설계해, 이를 금 나노입자에 탑재한 치료 복합체 FTNx를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한층 진일보한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FTNx는 칸디다 세포벽 특유의 당지질 구조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표면이 설계됐습니다. 덕분에 인체 세포에는 아예 접근하지 않고 곰팡이균에만 정확히 작용하는 정밀 타격이 가능해졌습니다. 
 
“쥐 모델에서 생존율 향상”…전신 치료 가능성 확인
 
연구팀은 마우스 전신 감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FTNx를 정맥 투여한 결과, 칸디다에 감염된 쥐의 장기 내 균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면역 염증 반응도 정상화되며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향상됐습니다. 특히, 세포벽이 붕괴된 균주의 현미경 사진과 조직학적 분석 결과는 치료 기전을 명확히 뒷받침했습니다. 
 
FTNx는 균 내부에 도달한 뒤 FKS1과 CHS3의 mRNA를 절단해 단백질 번역을 억제합니다. 이 중 억제 효과로 인해 세포벽이 무너지고 균은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합니다. 기존 항진균제보다 강력하면서도 안전한 작용 원리입니다. 
 
“항진균 유전자 치료의 신기원…임상 전진 중”
 
이번 연구는 유전자 치료 기술이 항암을 넘어 감염성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전례로, 향후 면역 저하 환자에 대한 새로운 표준 치료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새로운 전략이 “인간 진균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표적화하고 항진균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대체 치료 옵션으로 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치료제가 인체 독성과 약제내성 확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유전자 치료의 전신 감염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투여 방식 최적화 및 독성 검증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정주연 연구원, 서울아산병원 홍윤경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나노바이오 융합기술과 감염질환 정밀의학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됩니다. FTNx가 상용화된다면 항생제 내성균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항진균제 내성’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식환자나 중증 환자에게 매우 위험한 진균 감염을 전신 수준에서 안전하게 치료하는 새로운 차원의 활용이 기대됩니다. 
 
FTNx 처리 시간과 농도에 따른 균 증식 결과(a) 및 균 형태 변화 및 세포벽 감소 관측 결과(c,d), 쥐의 칸디다혈증 감염 모델에서 FTNx에 의한 항균 효능 검증 실험 모식도(e), 쥐에서의 항균 효과(f)와 생존율 평가 결과(g) 및 쥐 신장에서의 조직학적 분석 결과(h). (사진=KA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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