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작은 유전자 변이가 인간을 암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보다 암 발병률이 현저히 높은 이유
플라스민 억제제로 면역치료 효과 높일 수 있어
2025-07-08 09:13:22 2025-07-08 15:20:52
진화 과정을 반영하여 챗GPT로 만든 인간과 침팬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인간과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를 구분하는 작은 유전자 변화가 인류를 암에 더 취약하게 만든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는 인간이 진화에 따라 지불한 일종의 ‘대가’로 보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암 치료법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종합암센터 연구진은 인간 면역 시스템의 핵심인 파스 리간드(FasL) 단백질에 생긴 미세한 유전자 변이가 특정 고형 종양에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키고, 암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7월1일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연구팀은 인간의 FasL 단백질에 나타난 단 하나의 아미노산 변이(153번 위치의 프로린에서 세린으로의 변화)가 이 단백질을 종양 환경 내에 존재하는 플라스민 효소에 의해 쉽게 절단되고 비활성화되도록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취약성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며 침팬지 등 비인간 영장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FasL은 면역 세포막 단백질로, 아포토시스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을 유발합니다. 환자의 면역 체계에서 만들어진 CAR-T 세포를 포함한 활성화된 면역 세포는 아포토시스를 통해 암세포를 죽입니다. 
 
플라스민(plasmin)은 삼중 음성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 등 공격적 고형 암에서 증가하는 효소로, FasL을 분해시켜서 면역 세포의 주요 무기인 세포 사멸 유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UC 데이비스의 조겐더 투시르-싱(Jogender Tushir-Singh) 교수는 “FasL의 진화적 변이는 인간의 더 큰 뇌 크기에 기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암의 맥락에서는 불리한 거래였다. 왜냐하면 이 변이가 특정 종양이 우리 면역 체계의 일부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 발견은 왜 인간이 다른 영장류에 비해 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은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혈액암 치료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보이는 CAR-T 및 T-세포 기반 치료법이 유방암, 난소암과 같은 고형 종양에서는 종종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혈액암은 플라스민에 의존하지 않고 전이되는 경우가 많지만, 난소암과 같은 종양은 암의 확산에 플라스민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 변이의 발견은 암 치료법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연구진은 플라스민 억제제를 이용하거나 FasL 단백질의 분해를 막는 항체를 사용함으로써 면역 세포의 암 살상 능력을 복원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플라스민 양성 종양 치료에 난항을 겪던 면역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투시르-싱 교수는 “인간은 침팬지와 다른 영장류보다 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다. 우리는 영장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으며, 이를 인간 암 면역치료 개선에 적용할 수 있다”라면서 “이번 연구는 플라스민 양성 암의 치료가 어려웠던 분야에서 면역치료를 개인화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단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변이가 가져온 인간 진화의 이중적 특성을 밝혀내면서,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얻은 취약성을 극복하고 면역치료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스민에 의한 종양 미세 환경에서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의 FasL 기능 조절을 위한 작업 모델. (사진=Nature Communication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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