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진=ChatGP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고혈압’은 유독 간과하기 쉽습니다. 증상도 없고 눈에 띄는 변화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고혈압은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몸속 깊숙한 곳에서 심장, 뇌,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서서히 파괴하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경고합니다. 고혈압은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별명을 얻게 되었을까요?
혈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동맥으로 내보낼 때 발생하는 압력을 말합니다. 혈압을 측정할 때 나오는 두 가지 수치는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입니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피를 짜내면서 혈관 벽에 가하는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쉬고 있을 때 혈관이 받는 압력입니다.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이 펴낸 특별 건강 리포트 <당신의 혈압 관리(Controlling Your Blood Pressure)>에서는 “혈압은 눈으로 볼 수 없으며 느낄 수도 없기 때문에, 이 간단한 건강 지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궁금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혈압이 의사가 당신의 순환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혈압을 혈류의 흐름이나 혈관이 느끼는 압력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 리포트는 “높은 혈압 수치는 심장이 혈액을 몸 전체로 펌프질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 추가적인 부담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거나 장기적으로 심장, 신장, 뇌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혈압이 높으면 동맥도 손상됩니다. 혈액이 동맥 벽에 지속적으로 충돌하면서 콜레스테롤 침전물이 쌓이게 되며, 이는 혈류량을 감소시키고 심장 마비, 뇌졸중, 신장 기능 장애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혈압과 순환기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고혈압 대응의 첫 출발점입니다.
미국의 보건의료계가 혈압에 대해 엄격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입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는 “115/75mmHg부터 시작해 혈압 범위 내에서 20/10mmHg씩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한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80~89mmHg인 경우 고혈압 전단계로 간주되며,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건강 증진 생활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상 혈압의 출발점을 낮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원(NHLBI,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에 의해 수행된 100만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한 것입니다. 이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SBP)이 115mmHg, 이완기 혈압(DBP)이 75mmHg부터 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진적으로 선형적으로 증가하며, 수축기 혈압이 20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이 위험 증가는 40세에서 89세 사이의 모든 연령대에서 관찰되었습니다. 미국 의료계가 고혈압에 대해서 엄격한 것은 바로 이런 연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혈압, 주요 장기를 망가뜨린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장기간 방치하면 신체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고혈압은 심장에 큰 부담을 줍니다. 지속적인 고혈압 상태는 심장 근육을 두껍게 만들어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 두꺼워지면 심장 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혈액 공급 능력이 떨어져 사망 위험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고혈압은 뇌에도 심각한 피해를 줍니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의 벽이 점차 두꺼워지고 탄력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집니다. 미국 심장협회(AHA)의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2~4배 높습니다.
신장 역시 고혈압에 매우 취약한 장기입니다. 고혈압은 신장 혈관을 손상시켜 신장의 여과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국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환자 중 상당수가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무서운 위험이지만,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어
고혈압의 가장 큰 위협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혈압이 상당히 높아져도 사람들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모른 채 장기간 방치하다가 뒤늦게 장기 손상을 진단받고 당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고혈압은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증상 없이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손상을 진행시키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혈압이 높고 콜레스테롤 및 혈당 수치가 불건강하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 동맥, 신장, 심장에 미치는 손상은 지수적으로 가속화된다. 이는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어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행히 고혈압은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무섭지만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의 무서움을 피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 흡연, 당뇨병 등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연 1~2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내과 전문의인 소하연합내과 박용재 원장은 “고혈압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장기 손상과 사망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며 “작은 습관 변화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침묵의 살인자’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축기 혈압/이완기 혈압과 심혈관 사망률 및 전체 사망률 간의 관계. 종축은 로그 척도를 사용한 것임. 혈압에 높아짐에 따라 사망률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사진=Hypertension)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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