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꿈은 이루어진다!
2025-07-04 06:00:00 2025-07-04 12:07:23
"지금 우리는 김구 선생께서 그토록 염원하셨던 '문화강국'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K-컬처의 주역들을 만난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은 해외 공항 입국심사장에서 쉽게 확인된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외국의 공항직원으로부터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 인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초청받은 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결과이다.  
 
일련의 흐름 속에 최근 우리 모두를 뜨겁게 만든 작품은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K-pop과 한국 전통문화, 한국의 명소들을 담은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이 작품이 대단한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긴 했지만 세계의 막강한 자본과 거대 플랫폼이 한국의 문화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K-pop과 K-콘텐츠의 위상을 이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화의 장벽은 이미 국적과 시대를 넘어서고 있다. <폭삭 속았수다>를 즐겨 시청한 대통령이 그 작품에 녹여진 고부갈등과 남아선호라는 독특한 우리 정서를 다른 나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지만 문화는 특수성 속의 보편성이 수용되는 특별한 양식이다. 인간의 감성은 그만큼 폭이 넓고 문화는 그 감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침투력’. 문화의 힘은 바로 이 침투력에서 발생한다. 똑같은 말을 유명한 지도자가 UN에서 연설하는 것보다 인기 가수가 노래로 부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가 힘이 세다고 국가가 문화를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퍼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영역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은 필자 역시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지만, 그 주장은 국가의 역할을 ‘견인’으로 규정해서가 아니다. 문화산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다만 국가는 문화산업이 정치논리나 시장논리에 의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주춧돌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장(場)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업이 어려울 때에는 다시 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주어야 한다. 한 바가지로 안 되면 두 바가지, 세 바가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국가의 역할을 ‘뒷받침’에 두는 이유는 문화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큰돈을 투자한다고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반드시 흥행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또한 산업의 성공과 문화의 성공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산업의 성공이 흥행성이라면 문화의 성공은 다양성에 있다. 국가의 지원은 후자를 위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문화예술인이 장관 임명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복잡한 생각으로 장고(長考) 중인 대통령에게 한없이 고마움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서열은 뒤에 있던 문체부가 아니던가. 결국 대통령이 유능한 분을 임명하리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럼에도 새 장관의 어깨가 부디 무겁기를 바란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산업 환경의 속도에 맞지 않게 법제도는 한참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다시 잘 ‘놀 수 있게’ 시급히 여건을 조성해 주기를 요청한다. 그래야 계속 전 세계인이 함께 어울려 한바탕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아는가.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의 초입에서 정상에 올라있을지.  
 
이승연 작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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