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명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와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 간 역할 조정부터 금융권 수뇌부 교체, 임기 만료를 앞둔 민간 금융지주 회장 인사까지 금융계 전반에 걸쳐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장 금융계 인사부터 시급합니다. 현재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핵심 수장 일부가 공백 상태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일 임기가 만료됐으며, 후임자는 아직 미정입니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도 다음달 2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경우 임기가 2년가량 남았지만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수장이 교체되는 게 관례처럼 굳어져 완주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금융위 2인자였던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3년 임기를 마친 뒤 교수직으로 복귀했습니다. 현재는 권대영 사무처장이 직무대리 형태로 금융위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손병두 전 거래소 이사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물망에 오릅니다. 금감원장 후보에는 친명(친이재명)계 김병욱·홍성국 전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후임은 안갯속입니다.
이처럼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에서 핵심 수장 일부가 공백인 상황은 금융 정책의 연속성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례로 차관급인 금감원장과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당국 정책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여하며 금융당국의 최종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신속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 수장 공백에 따른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됩니다.
시장에선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 방안으로 무엇보다 금융 리더십 인선의 '예측 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은 리더십 공백 자체보다, 예상 밖의 돌출 인사에 더 큰 불안을 느낀다"며 "규제 정책이나 금융산업 육성 정책은 시장의 신뢰 자산이기 때문에 잦은 방향 전환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금융위 조직 개편, 이한주 입에 쏠리는 눈
새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탓에 금융당국 안팎에선 조직이 어떻게 바뀔지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획재정부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금융위원회도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직 개편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큰 틀에서 금융위의 금융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켜 금융 감독 기능을 통합하는 내용에 무게가 실립니다. 금감위 산하에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을 두고, 내부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격상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구조개편이 현실화하면 17년 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역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새정부 5년 국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된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책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사로 분류됩니다.
국정기획위는 약 두 달간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의 준비·실행·정책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책 수립은 물론이고 정부 조직 개편도 동시 진행될 공산이 큰데, 대표적으로 기재부·금융위에 흩어져있는 금융 정책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입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 기관을 개편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개편론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시장 혼란, 행정 비용 증가도 지적됩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 임기만료 회장들 거취 주목
새정부 출범에 따른 변화는 민간 금융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신한금융 진옥동·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를 마무리하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 초 3년 연임이 확정돼 임기가 넉넉하게 남았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4대 지주 회장을 모두 물러나게 하는 등 금융지주 리더십을 대거 물갈이 한 바 있습니다.
새정부에서도 일정부분 관치 금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듭니다. 새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정권과 가치를 공유하는 수장을 내세워 금융권 상생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금융전략위원회와 같은 비정파적 자문기구를 신설해 금융 산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하고, 시장 안정과 정권 신뢰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권 초기에는 '기존 정책의 평가와 진화'라는 표현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정권에 따라 금융 리더십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중장기 국가 금융전략 프레임워크마련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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