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 지원책으로 '배드뱅크'를 강조해온 만큼, 새 정부에서 설립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게 관건이라는 지적입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서민 금융부담 완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를 약속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로나19에 정책자금 대출 방안과 관련,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실질적으로 빚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경제 분야 TV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대해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언급했습니다.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부터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 자영업자는 14만8000명에 달합니다. 지난 2022년 말 4만1000명과 비교해봐도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배드뱅크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빚 탕감이나 상환 부담을 경감하고, 금융기관 입장에선 부실채권을 정리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 논란과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불식할지 입니다. 특히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이 반복되면 '빚을 안 갚아도 결국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채무자의 책임 회피를 유도하거나 반복적인 채무불이행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형평성과 국민 세금 부담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 해소 방안으로 △엄격한 대상 선정 기준 △조건부 채무조정 모델 도입 △신용회복 지원과 재발 방지 병행 민간 △금융기관과 리스크 분담 구조 등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코로나19, 질병, 구조조정 등 공감 가능한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일시적 부실자'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채무 일부 탕감은 성실 상환 이행 전제 하에 '단계적 적용'을 하고, 채무구제 후에는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금융 교육, 일자리 연계 등 실질적 자립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아울러 정부 단독 부담이 아닌 민간 금융사와 채권손실 공동 분담 구조를 도입하고 '구제와 책임'의 균형을 유지해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지원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신용 정보를 공유해 악성 채무자에 대해서는 대출을 제한하는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며 "상환 실적이 좋은 채무자에 대해선 이자 연장 등의 혜택을 주거나 이자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채권 추심 역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버티면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배드뱅크는 실패한 금융정책이 아니라, 실패한 개인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의 제도"라며 "다만 그 기회를 남용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구제'가 핵심"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사회적 낙오자에게 다시 한 번의 사다리를 제공하되, 그 사다리를 지탱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선 철저한 선별과 상환책임의 구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손실보상 전용 창구.(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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