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폐카드 연간 수백톤…폐기방법은 소각
하루 1톤 수준…카지노 산업 커질수록 폐기량 늘어
친환경 대책 필요하지만…업계 전반 재활용 논의는 사실상 없어
2025-06-11 17:00:59 2025-06-11 17:03:1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국내 카지노에서 매년 수백 톤의 카드가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지노 게임 특성상 한 번 고객의 손을 탄 카드는 전량 폐기 처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버려진 카드는 국내에서 소각 처리됩니다. 문제는 카지노산업이 성장하면서 폐기되는 카드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깨끗한 상태로 버려지는 폐카드 처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국내에는 현재 14개 법인 산하의 18개 카지노 영업장이 운영 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카지노의 총 매출액은 3조2256억원, 입장객 수는 5조3178억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업체 중 주요 기업은 강원랜드(035250)파라다이스(034230), 그랜드코리아레저(GKL(114090)), 롯데관광개발(032350), 인스파이어, 신화월드 등 6곳인데요. 6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1515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카지노 매출액의 97.7%를 차지합니다. 주요 업체 6곳이 국내 카지노 업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지=챗GPT)
 
하루 1톤씩 버려지는 카드들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카지노 업체 중 강원랜드, 파라다이스, GKL 등 3곳의 연간 카드 폐기량 합계는 약 272톤에 달했습니다. 폐기량을 공개하지 않은 카지노 업체의 폐기량을 더하면 연간 버려지는 카드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루에 약 1톤의 카드가 버려지는 셈입니다. 카드가 소진되면 카지노업체들은 또 수백 톤의 카드를 재구매해 사용하게 됩니다. 버려진 카드는 모두 국내에서 소각됩니다.
 
국내 카지노업계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랜드인데요. 그렇다고 이곳의 카드 폐기량이 가장 많지는 않습니다. 우선 운영 시간이 20시간으로, 다른 업체에 비해 하루 4시간이 적습니다. 여기에다 일반 영업장에서는 손님이 카드를 만지지 않고 딜러만 카드를 만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일반영업장에서 하루 동안은 같은 카드를 재사용합니다. 보통 회원 영업장에서는 게임 참여자가 직접 카드를 만지기 때문에 카드를 바로 폐기하지만, 일반영업장 비중이 높은 강원랜드의 경우 카드 재사용 횟수가 늘어나 카드 폐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입니다.
 
만진 카드를 버리는 것은 낡아서가 아니라 부정 게임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요. 게임용 카드는 게임에 사용되기 전 밀봉한 상태로 보관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참여자들에게 밀봉한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 후에야 뜯어서 사용할 정도로 카지노에서 카드 보안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카지노는 준법경영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카드 재사용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폐기 처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인 바카라의 경우 카드를 휘면서 게임을 즐긴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바카라 게임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게임 참여자가 자신이 가진 카드의 숫자와 그림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를 조금씩 휘면서 살펴보게 되는데요. 소위 '쫀다'라고 표현하는 그 행위로 카드에 특정한 티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상 한 번 사용한 카드는 모서리를 커팅해 폐기 처분합니다. 폐기된 카드는 카지노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폐기물 처리 업체가 한번에 가져가 소각합니다.
 
카드 제조사, 재생수지 사용…카지노서 재활용 논의는 미미
 
업계에 따르면 여러가지 게임 중 바카라 게임에 소비되는 카드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어 포커, 블랙잭 순인데요. 홀덤 게임의 경우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주로 종이카드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종이카드에도 플라스틱이 일부 들어갑니다. 특수 안경으로도 패를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종이카드 안쪽에 검은색의 플라스틱 필름이 심어져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GKL, 롯데관광개발, 인스파이어 등 국내 대다수 카지노 업체는 일본의 엔젤아이 카드를 사용합니다. 강원랜드는 미국 Bee, 국내회사 K&K의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다행히도 이들 카드 제조사가 친환경 정책을 시작하면서 카드 안쪽에 들어가는 합성수지를 재생수지로 변경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카지노업체들도 현재 재생수지 사용 카드를 도입한 상태입니다.
 
다만 제조사들의 노력과 달리 카지노업체 자체적으로는 친환경 논의에 미온적입니다. 고객의 신뢰 확보를 위해 카드를 한 번 쓰고 폐기하는 것은 카지노 산업의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는 까닭인데요. 버려지는 카드의 활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공적 성격이 강한 강원랜드의 경우엔 약 6년 전 강원대에 폐카드의 재활용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특수 필름이 내장된 탓에 종이를 재활용하거나 판상재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시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연구자 측에서도 나옵니다. 카지노 산업이 성장할수록 카드 사용량과 함께 폐기량도 늘고 있고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도 증가하는 만큼 환경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류정용 강원대 제지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흘러 다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구비도 지원해주는 등 폐카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주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선 재활용 움직임 시작돼
 
실제로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폐카드 재활용에 대한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글로벌 카지노 업체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폐카드를 친환경 포장재로 재활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선전의 한 기술 회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MGM에 따르면 MGM은 지난 2023년 Fnetlink Technology와 협력해 스마트 자동 카드 파쇄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 바 있습니다. MGM은 이렇게 파쇄된 카드를 재활용해서 섬유로 만들 위한 파트너십 협력을 올해 3월 체결했습니다. 계획이 실행되면 MGM은 매년 약 3000톤의 폐카드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카오 카지노에서는 매일 5톤의 폐카드가 소각되고 있는데요. 소각에 따라 유독 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두고 환경 단체들은 정부에 카드 재활용 제도를 시행해 화학 물질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카지노 업체의 최근 움직임도 주목할 만합니다. 폐카드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해서 박스를 만드는 등의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인데요.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통상적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재생수지로 만들면 이전 대비 30% 정도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겠지만 폐카드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며 "카지노에서 쓰는 카드는 음식 등에 오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깨끗하고 카드라는 독틈함도 갖고 있어서 벤치, 건축재, 고급 판재로 개성 있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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