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오는 2030년 일본에 대형 카지노가 들어서게 되면 우리나라 카지노업계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5년 뒤에 이 같은 피해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여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카지노업계는 별다른 수를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2일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지노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오사카에 새로 생기는 복합 리조트입니다. 그동안 일본에는 카지노가 없었는데 관광업이 발달한 일본에 카지노가 문을 열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규모 신규 시설을 갖추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카지노업계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일본에서는 오사카만의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통합형 리조트(IR) 공사가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IR은 오는 2030년 가을 쯤 개장할 예정이며 오픈 카지노 형식이어서 일본 내국인, 외국인 모두 출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연간 약 2000만명 방문객 유치와 약 5200억엔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의 마스터플랜 중간용역보고에서 발표된 '하이원 그랜드돔' 내 설치될 '그랜드미디어월'. (사진=강원랜드)
강원랜드 직격타 예상
업계에서는 강원랜드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이 카지노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는 선택지가 강원랜드가 하나뿐입니다. 가까운 해외로는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에서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더 가까운 일본에 신규 시설이 들어서면 내국인 수요가 일본으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이 카지노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주요 도시에서 떨어진 강원도 정선까지 가야하는데 교통편이 좋지 않다"며 "오히려 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편이 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여행도 하고 카지노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강원랜드는 게임 1회당 배팅 한도가 30만원으로 제한이 있고 음주도 불가능합니다. 출입일 수도 한 달 15일로 제한돼 있고, 휴장 시간도 있는데요. 여러 제약 상황에서 일본의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상대하기란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강원랜드는 'K-HIT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K-HIT 마스터플랜 중간 보고 내용에는 '2035년 세계적 수준의 K-복합리조트'를 비전으로 타 글로벌 복합리조트와 차별화를 위한 △세계적 랜드마크 시설 도입 △경쟁력 갖춘 웰니스 리조트 조성 △K-종합 레저·스포츠파크 조성 등 3가지 전략이 소개됐습니다.
특히 글로벌 복합리조트의 중심 공간이 될 '하이원 그랜드돔'은 높이 100m가 넘는 초대형 시설로, 돔 내부에는 신규 카지노, 랜드마크 조형물과 미디어 돔·월을 구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일본·중국 VIP 유출 가능성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재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계는 일본, 중국인 VIP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데요. 정치적인 이유로 반한 감정이 발생하면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영향을 줄 정도입니다. 이에 국내 카지노업계는 일본, 중국을 넘어 동남아 등으로 타깃을 넓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피해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손님은 중국 손님, 일본 손님"이라며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유출되는 손님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일본인들은 쉽게 자국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고 중국인들도 일본 여행객이 많다. 한국에 오는 시간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일본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국민 정서 등 우리나라에서는 카지노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IR이 개장하고 매출 하락 등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제야 대책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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