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새로운 고대 유해 분석법으로 인류 역사의 비밀 밝힌다
옥스퍼드대학 연구팀, 고대 인간의 연부 조직에서 단백질 분석법 개발
요산이 세포막을 효과적으로 분해하여 단백질 방출시킨다는 것 발견
2025-06-02 09:58:01 2025-06-02 14:31:39
옥스퍼드대학 연구팀 (왼쪽부터) 사라 플래너리(Sarah Flannery) 박사, 알렉산드라 모턴-헤이워드 박사, 로만 피셔 교수, 이올란다 벤드렐(Iolanda Vendrell) 박사(사진=옥스퍼드대학교 Roman Fischer)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고대 인간의 연부 조직에서 단백질을 분석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개발돼 인류 역사와 생물학의 숨겨진 단서를 밝힐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뉴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연부 조직에서 고대 단백질을 추출하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방대한 생물학적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습니다. 이 연구는 5월28일 세계적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습니다. 
 
고대 단백질 연구는 그동안 주로 뼈와 치아와 같은 경조직에 집중돼왔습니다. 이러한 조직은 보존성이 높고 분석법이 확립돼 있지만, 인체 단백질의 10% 미만만이 뼈에서 발현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내장기관과 같은 연부 조직은 전체 단백질의 약 75%를 발현하며, 과거 인간의 질병과 식습관, 생활환경에 대한 더욱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부 조직은 분석 과정에서 세포막 파괴의 어려움 때문에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블랙박스'로 남아 있었습니다.
 
연구팀의 알렉산드라 모턴-헤이워드(Alexandra Morton-Hayward) 박사는 빅토리아 시대 작업장 묘지에서 발굴된 약 200년 된 인간 뇌 샘플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총 10가지 다른 화학적 방법을 시도한 끝에 요산(소변의 주요 성분)이 세포막을 효과적으로 분해하여 내부의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방출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약 200년 된 보존된 고대 뇌.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시료에 포함된 단백질을 추출하고 식별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사진=옥스퍼드대 Alexandra Morton-Hayward)
 
 
연구진은 이렇게 추출된 단백질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한 뒤, 질량 분석법을 통해 식별했습니다. 특히 고자기장 비대칭 파형 이온 이동도 분광법(FAIMS)을 이 과정에 추가함으로써, 기존 방법보다 식별 가능한 단백질의 수를 최대 40%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모턴-헤이워드 박사는 "분석 과정에 더 많은 단계를 추가할수록 관심 있는 분자를 더욱 정확히 식별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레고 블록을 색깔과 크기로 분류하는 것처럼 더 정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단지 2.5mg의 뇌 샘플에서 무려 1200개 이상의 단백질이 식별됐는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고고학 자료 중 가장 크고 다양한 ‘고대 단백질체(palaeoproteome)’입니다. 이 중에는 건강한 뇌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바이오마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모턴-헤이워드는 “대부분의 인간 질병은 뼈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기존의 고고학적 방법으로는 탐지할 수 없었지만, 이 새로운 기술로 과거 인간의 질병과 생활환경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는 연부 조직 분석이 과거 인류 집단의 건강과 생활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로만 피셔(Roman Fischer) 교수는 "이 기술은 미라화된 시신, 습지에서 발견된 시체 등 다양한 상태의 유해에서도 적용 가능하며, 고대 인류의 식습관, 환경, 진화적 관계를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동물학과 크리스티아나 셰이브(Christiana Scheib) 박사는 “이러한 방법은 매우 드물게 보존된 고대 연부 조직에서 진화 역사의 핵심 정보를 얻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제공하며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매우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새로운 방법론이 점차 확대 적용됨에 따라, 고대 단백질 분석은 데이터 관리와 분석 최적화 등 새로운 과제에도 직면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고고학에서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던 연부 조직 연구의 문을 열었으며, 고대 인류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설계 개요 (사진=PLOS ONE)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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