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생강 색깔 고양이 미스터리 풀었다
과학자들, 생강 색깔 띠게 된 유전자 변이 밝혀내
2025-05-29 09:09:14 2025-05-29 15:05:06
5.1kb의 작은 DNA 조각 삭제 과정을 설명하는 일본 규수대 연구진의 그림. (자료=Current Biology)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생강색 고양이는 어떻게 그런 털 색깔을 가졌을까?" 수십년간 과학계와 고양이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생강색 고양이의 비밀이 마침내 풀렸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과 일본 규슈대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각각 발표한 논문에서 생강색(이들 논문에서는 ‘오렌지색’으로 표현) 고양이의 독특한 털색을 결정하는 유전자 변이를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과학자들은 100년 넘게 생강색 고양이의 색소 형성 메커니즘이 다른 포유류와 다르다는 점만을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원인은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들에서 X염색체에 위치한 ARHGAP36 유전자 인트론 내 5.1킬로베이스(kb)의 작은 DNA 조각이 삭제된 것이 생강색 털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 그레고리 바쉬(Gregory S. Barsh) 교수는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은 결손이 ARHGAP36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보통은 활성화되지 않는 색소세포에서 특이적인 활성을 보이게 만든다"며, "이 과정이 사람의 빨간 머리카락을 유발하는 메커니즘과 같은 신호 경로에 연결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일본 규슈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유전자 변이는 생강색과 밀접하고 독점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5.1kb 삭제가 생강색 털 색소를 가진 집고양이에서 널리 분포되어 있어, 이 털 색소 표현형의 단일 기원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이 발견은 포유류의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과 관련된 중요한 호르몬 신호 전달 경로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고양이 주인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미국은 물론 브라질까지 총 3000개 이상의 DNA 샘플을 수집, 약 200개의 주요 샘플에서 유전자를 분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카엘린(Christopher B. Kaelin) 박사는 "고양이 주인들이 연구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그 덕에 샘플 수집 과정이 수월했고, 고양이 애호가 커뮤니티와 협력해 비과학자들에게도 연구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고양이의 입안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머리를 긁어주는 등의 특별한 방법을 고안했다"라며, "수백마리의 고양이를 다루면서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 유전자 변이는 인간과 쥐 같은 다른 포유류에도 존재하는 중요한 신호 전달 경로와 관련돼 있어 털 색깔뿐 아니라 모든 세포와 조직의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발견은 유전자 연구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인간의 건강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발견을 넘어 고양이 애호가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쉬 교수는 “다양한 고양이 애호가 커뮤니티와 협력해 과학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규수대 연구에 기증된 고양이들의 색상 이미지. (사진=Current Biology)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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