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치료 메커니즘의 개념도. (자료=Frontiers in Immunology)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특정 암을 공격하도록 유전자 공학적으로 개조한 뒤 환자의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혁신적 암 치료법입니다. 1990년대 초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브루스 레빈(Bruce Levine) 박사 연구팀이 이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 학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기술은 혈액암 치료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CAR-T 세포 치료는 특히 CD19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B세포 혈액암(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등)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했으며, 최근에는 뇌암, 고형 종양, 자가면역 질환 치료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룬 네이처 뉴스(Nature News)는 CAR-T 시장 규모를 올해 약 110억달러 규모에서 2034년 약 19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CAR-T 치료법 관련 주요 연구 동향
① 혈액암 치료에서의 CAR-T 세포 치료
CAR-T 세포 치료는 주로 CD19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B세포 혈액암에서 높은 완전 관해율을 보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 생존이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B세포 성숙 항원(BCMA)을 표적으로 하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② 고형암에 대한 CAR-T 세포 치료 연구
고형암에 대한 CAR-T 세포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일부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한 환자가 18년 이상 완전 관해를 유지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연구에서는 소아 뇌종양 환자 중 한 명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사례도 있습니다.
③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CAR-T 세포 치료 적용
최근에는 CAR-T 세포 치료를 자가면역 질환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에를랑겐 대학병원의 게오르크 셰트(Georg Schett) 교수는 루푸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CAR-T 세포 치료를 시행하여 모두 완전 관해를 달성하였으며, 이후 면역억제제 없이도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셰트 교수 연구팀은 루푸스뿐만 아니라 전신경화증, 특발성 염증성 근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초기 결과는 매우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모나시 병원에서도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일부 환자에서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회당 6억5000만원에 달하는 고비용 극복 가능성 엿보여
CAR-T 세포 치료는 현재 5세대까지 발전하고 있으며, 각 세대는 T 세포의 증식력과 지속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제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FasT CAR-T' 기술이 개발되어, 일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서 유망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CAR-T 치료법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료제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환자 맞춤형 제작 방식이다 보니 치료 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현재 CAR-T 치료비는 1회당 평균 약 50만달러(약 6억5000만원)에 달하는데, 세포 채취에서부터 유전자 조작, 배양 및 환자 체내 주입까지의 전 과정이 개별 환자마다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 수주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의료 접근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CAR-T 치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조차 이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약 200여곳에 불과해, 실제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높은 비용과 제한적 접근성의 문제는 CAR-T 치료가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혁신적인 접근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환자의 몸 안(in vivo)에서 T 세포를 직접 공학적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T 세포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치료비가 현재보다 10배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에 뛰어들었습니다. CAR-T 세포 치료법의 선구자인 칼 준(Carl June) 박사와 함께 연구를 이끌어 온 브루스 레빈(Bruce Levine) 박사, mRNA 백신 개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드루 와이스만(Drew Weissman),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CRISPR)의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두드나(Jennifer Doudna) 등이 최근 체내(in vivo) CAR-T 기술 개발을 목표로 각각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며,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업계 역시 CAR-T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1월, 체내 CAR-T 치료제 최초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한 혁신 스타트업 에소바이오텍(EsoBiotec)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CAR-T 치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전통적 CAR-T 치료의 한계였던 복잡한 세포 배양 및 이식 과정 없이, 환자 체내에서 직접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혁신적 접근 방식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외에도 로슈(Roche), 노바티스(Novartis),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도 이어지며, 체내 CAR-T 치료가 차세대 암 치료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체내 접근 방식의 핵심은 특수 설계된 바이러스 벡터로 T 세포에 CAR 유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기술적 난제가 남아있습니다. 특히 T 세포에만 특정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법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치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사전 화학요법도 필요 없어 치료의 부작용과 환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캔자스 대학 의료센터 조셉 맥귀르크(Joseph McGuirk) 교수는 "이 방식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면 현재 치료법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CAR-T 치료 기술과 높은 비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세계의 암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종 이식 CAR-T 세포 생산 흐름도. (자료=Biomolecule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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