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6·3 조기 대선의 핵심 변수인 빅텐트를 둘러싸고 여야 대선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원로부터 전·현직 의원까지 잇따라 합류하면서 중도·보수층 등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제 더 이상 보수 정당이라 부를 수 없다"며 "진정한 빅텐트는 민주당"이라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부터)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반이재명' 전략으로 보수 결집을 시도했는데요. 김문수 대선후보와 지도부 간 갈등으로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패색이 짙어진 국민의힘은 뒤늦게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최근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김상욱·허은아까지…'이재명 빅텐트' 순항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캠프는 초반부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사를 포용했습니다. 먼저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깜짝 영입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3선을 한 권오을 전 의원,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새미래민주당) 등 원로 인사도 합류했습니다. 또 캠프 인사 중에는 직전까지 홍준표 캠프에 있었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이인기 전 의원(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인사),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명박정부) 등도 이재명 캠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의 '빅텐트' 만들기는 순항 중인데요. 이날 강훈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재명 후보의 국민 통합 빅텐트 '명텐트'가 펼쳐지고 있다"며 "갈라진 대한민국을 누가 모두 함께하는 나라로 이끌 수 있는지 합리적 보수의 판단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은 사람이 떠나고 우왕좌왕해 빈텐트가 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빅텐트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중도보수를 표방한 후 진영을 초월한 세력을 연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홍사모' '홍사랑'이 지지 선언을 했고, 이번 주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지지자들이 이 후보 지지에 나섰습니다. 또 현역 국회의원인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정식 입당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국민의힘 출신이자 개혁신당에 몸을 담았던 김용남 전 의원과 허은아 전 대표도 이 후보를 향한 지지 선언을 이어갔습니다. 허 전 대표는 전날 이 후보를 지지하며 "국민의힘도 개혁신당도 결국 가짜 보수와 개혁이었다"며 "이 후보께서 진짜 정치와 개혁을 보여달라"고 외쳤습니다. 김 전 의원도 "개혁신당을 탈당한 이유는 정당으로 보기 어려운 행태. 즉 개인의 팬클럽 수준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나라가 너무 망가져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싣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 소속인 문병호 전 의원도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의원은 17대와 19대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국민의당 창당 과정서 당적을 옮겼습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국민의힘을 거쳐 올해 초 개혁신당에 합류했습니다.개혁신당 소속 인사들의 잇따른 민주당 캠프 합류에 따라 이준석 대선 후보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탈당 후…한동훈·홍준표 '반쪽' 지지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강세를 뒤집기 위해 '반명(반이재명)' 연대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1시간가량 협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반명' 기조와 김 후보가 제안한 '3년 임기 단축' 개헌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전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12·3 비상계엄 단절과 극복을 전제로 이재명 독재 집권을 저지하고 제7공화국 개헌을 위한 통 큰 협의를 지속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대표는 이 후보자를 향해 "친명 빅텐트는 권력의 떡고물을 기대하면서 모여든 일종의 '떡고물 클럽'"이라며 공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날까지 국민의힘은 당내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들을 섭외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먼저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은 이미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 유세 일선에 배치됐는데요. 그동안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던 한 전 대표는 지난 17일 윤석열씨가 국민의힘 탈당 선언을 하자 지원 유세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 대표는 여전히 캠프에 합류하진 않지만 별동대 성격으로 부산과 대구 등을 찾아 '자율 유세'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경선 패배 후 탈당한 홍 전 시장을 포섭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하와이 특사'를 꾸렸고, 홍 전 시장이 머물고 있는 하와이를 찾았습니다. 홍 전 시장은 윤씨가 탈당했으니 "김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보름도 남지 않은 선거 기간 동안 홍 전 시장이 선대위에 합류할지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단일화 논란 후 자취를 감추면서 '반쪽' 짜리 지지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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