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저축은행 PF)①수익 기둥이 부실 뇌관으로…부동산 역설
높은 수익 뒤 숨은 리스크, 경기침체로 드러나
중저신용자 중심 구조…시장 변화에 취약
2025-05-21 06:00:00 2025-05-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정리와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수익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탓에 지난 10여 년간 부동산 PF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선순위보다 중·후순위에 자금을 투입하며 높은 수익을 추구했지만 경기 하락이 결국 양날의 검이 돼 돌아왔다. 한때 효자 노릇을 하던 부동산 자산이 이제는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명암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업권이 부동산 투자 딜레마에 빠졌다. 부동산투자는 저금리 시기에도 저축업권의 수익성을 향상시킨 역군이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악화로 부실의 주범으로 전락하며, 부실 사업장을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에 내놓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한정된 수익원 내에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한계 탓이다. 
 
저축은행중앙회.(사진=저축은행중앙회)
 
부동산PF, 불가피한 선택과 대가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3조9000억원이다. 1년 새 8조2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이 중 본PF가 5조1000억원, 브릿지론이 2조5000억원, 토지담보대출이 6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단일 업권에서 1년 새 가장 큰 규모로 익스포를 줄였다. 같은 기간 은행이 7000억원, 보험업권이 3조8000억원, 여전업권이 6조8000억원 규모를 줄였으며, 증권업권은 되레 3조2000억원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대규모 감소는 부실 익스포저의 비중이 크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단일 업권으로 우려·부실 우려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큰 곳도 저축업권이다. 전체 19조2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이 저축은행 몫이다. 부실우려 익스포저는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업권이 취급한 부동산PF가 처음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로 10년 내 최저로 떨어졌고, 이듬해 11월 1.5%로 오르기 전까지 1년 이상 유지했다. 이후 2020년까지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한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금리는 0.5%까지 인하되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 확대도 기준금리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저금리 시대를 거치면서 2017년부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PF대출 규모는 지난 2018년 1분기 4조9000억원에서 2023년 말 13조원까지 급등했다. 특히 총여신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1%에서 14%까지 올랐다.
 
저축은행이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PF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익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은행은 모두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다. 다만 은행과 저축은행 차이는 수익 포트폴리오에 있다. 은행의 경우 비이자이익을 위해 방카슈랑스,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 수익도 챙기는 등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해외 사업도 적극적이다.
 
반면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와 부동산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이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6년 이후 기준금리가 낮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출이자가 줄어들었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투자해야만 했다. 시중은행을 비롯 1금융권은 안정성을 추구해 대부분 선순위에 투자한 반면, 저축은행은 높은 이율을 적용할 수 있는 중·후순위의 자금 조달에 집중했다. 덕분에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 2021년 업권 호황기를 맞기도 했다. 
 
경기침체, 저축은행을 흔들다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축은행은 최근 2년간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고전 중이다. 저축은행의 수익원이 대부분 중저신용자와 부동산에 집중해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기준 금리가 오르고 차주의 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중저신용자라는 리스크도 있었다.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 중 상당수가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데다 대중 채무자 비율도 높다. 상환 능력이 1금융 고객 대비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악화로 저축업권은 몸집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 여신은 97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기업대출은 9조5000억원 줄어들었는데, 부동산PF 영향이 컸다.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은 8.52%로, 이 중 기업 대출 연체율은 12.81%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년 말 대비 2.91%p 상승한 10.66%다. 특히 업권 전체 실적도 지난 2021년 2조원까지 성장한 이후 지난 2023년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다.
 
업권의 건전성이 하락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동성을 새로 공급하고 대주단 협의체를 통한 사업장 만기연장·이자유예 조건 강화, PF정상화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부동산PF의 규모를 줄이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된 것은 규모 대비 높은 PF부실 현실화 가능성 탓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다수의 투자 건을 진행한 탓에 사업성 평가나 자금운용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수익성에만 집중해 자금을 집행한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의 지휘 아래 저축은행 등 2금융 업권은 부동산PF 덩치를 줄이고 있으나, 건전성은 회복세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매물로 내놓아도 매수 희망자가 없는 탓이다. 특히 고정 사업장에서는 비교적 회수·정리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팔려야 할 부실 사업장은 회수 의문과 추정손실 사업장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익 포트폴리오의 한계로 중저신용자와 부동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영향이 크지만, 조달 원가와 충당금 부담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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