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가구 시장 뛰어든 한샘, '게임체인저'엔 물음표
경기 악화에 사무가구 시장 난항
B2B와 B2C 전략 달라…구색 외 차별화 필수
듀얼브랜드 필요성 대두
2025-05-20 17:03:19 2025-05-20 17:03:1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한샘(009240)이 사무용 가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퍼시스(016800)를 필두로 몇몇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사무용 가구 업계에 가구 공룡 한샘이 참전하면서 지형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한샘이 사무 가구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 19일 한샘은 오피스 인테리어·가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구조를 다각화한다는 전략인데요. 한샘 측은 서재와 학생방 가구, 수납 가구, 소파, 테이블 등 기존 한샘의 상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사무공간 연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샘이 주 무기인 가구를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은 구색 맞추기에 그칠 가능성이 커 기업 간 영업(B2B)이 중심인 사무가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고객 특성을 고려한 사무가구 제품이 따로 필요하고 그에 대한 영업방식 역시 B2C와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기업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업 고객이 원하는 바에 맞는 차별화 포인트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하면서 사무용 가구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피스 인테리어에 힘을 주던 기업들마저 실적이 추락하자 사업 전략을 수정해 내부 원가 절감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여파로 지난해 주요 사무용 가구업체들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여기에다 국내 사무가구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 폭이 크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한샘의 유닛 책상 세트. (사진=한샘)
 
유통 전문가는 한샘이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하기보다는 기업 고객을 겨냥한 별도의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B2B는 B2C 시장에 비해 가격과 간결한 디자인이 중요하다. B2C 소비자들의 요구는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일종의 패션 시장에 더 가까웠지만 B2B는 달라야 한다"며 "한샘이 B2C와 B2B 모두를 한다는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한샘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샘은 주방가구가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머릿속에 주방가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 한샘이 사무용 가구를 만든다는 것을 그리기가 어렵다"며 "B2B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서 듀얼 브랜드 전략으로 가야한다. 이것이 브랜딩의 기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사무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의 경우 40여 년간 사무환경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B2B 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사무환경 연구팀을 별도로 신설해 사무환경 컨설팅 서비스를 하며 오피스 공간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체계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퍼시스는 고객사의 업무 특성과 조직문화에 맞는 사무환경 컨설팅부터 맞춤형 제품 제안, 시공, 사후 관리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가구 제조를 넘어 공간 설계, 인테리어, 이사, 설치, 클리닝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통해 기업 고객에 오피스 솔루션 파트너로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울러 미래 업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디지털 전환과 하이브리드 워크가 일상화된 시대에 맞춘 '커뮤니티 오피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사무가구 '리바트 오피스'와 홈 오피스&사무가구 브랜드 '리바트 하움'으로 이원화해 오피스 가구 시장을 공략해오고 있는 현대리바트(079430)는 기업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현대리바트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확산되고 휴식·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라운지 공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맞춤형 오피스 공간 컨설팅 서비스 '오피스 테일러'를 도입해 개인의 체형에 맞춰 옷을 재단하듯 현대리바트의 전문 컨설팅 팀이 각 기업의 업무 특성 및 조직문화 등을 고려해 최적의 공간 구성과 주가 되는 색상, 가구 사양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샘의 오피스 사업은 한샘 B2B 영역을 맡고 있는 특판사업본부에서 담당합니다. 올해 하반기에 오피스 전용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손영동 특판사업본부장 전무는 "최근 고객은 사무실과 집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 인식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에서의 공간 경험은 집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도 큰 영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샘 오피스 상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십 년간의 연구와 노하우"라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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