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초가공식품, 기억을 갉아먹는다…파킨슨병·치매 위험 높여
"우리가 먹는 것이 결국 우리의 뇌를 만든다"
2025-05-20 10:32:41 2025-05-20 15:12:32
 
챗GPT가 만든 '주관적 인지 저하(SCD)' 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글로벌 식생활의 서구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치매의 위험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루어진 대규모 추적 연구들은 초가공식품이 단순한 대사질환의 원인을 넘어, 뇌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초가공식품, 뇌에 '만성 염증'과 '미세혈관 손상' 유발
 
초가공식품은 정제된 설탕, 포화지방, 인공첨가물, 감미료 등으로 제조돼 맛과 유통기한은 길지만 영양가는 낮습니다. 하버드대학, 중국 푸단대 등 연합 연구진이 지난 5월7일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하루 11회 이상 섭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을 나타낼 위험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파킨슨병의 조기 징후-변비, 후각 상실, 우울 증상, 과도한 졸림 등-가 초가공식품 섭취량에 따라 더 자주 관찰됐습니다. 이들 증상은 실제 파킨슨병 진단보다 수년 먼저 나타나며, 신경세포의 점진적 손상을 암시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이 기억력, 주의력, 학습 문제 등 인지기능 저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존 증거에 추가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과 파킨슨병 발병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 연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의 갈바다지(Don Thushara Galbadage) 박사는 '헬스(Health)'와의 인터뷰에서 "초가공식품은 장내 미생물군을 교란시키고, 뇌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함으로써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치매의 '예고 신호'… 주관적 인지 저하(SCD)와 초가공식품
 
2024년 7월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주관적 인지 저하와 연구 결과는 또 다른 경고를 던집니다. 60세 이상 인지 정상인 3585명을 14년간 추적한 결과, 주관적 인지 저하(Subjective Cognitive Decline)를 경험한 사람은 경도인지장애(MCI), 알츠하이머,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각각 1.6~4.3배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개인이 뚜렷한 임상적 증상 없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징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제시한 주관적 인지 저하(SCD) 관련 통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45세 이상 인구 중 10명 중 1명이 SCD를 경험하고 있다.
△SCD를 가진 사람의 41%가 일상 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SCD를 가진 사람의 83%가 만성 질환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 SCD는 해당 질환의 관리 어려움을 증가시킬 수 있다.
△SCD를 가진 사람의 3명 중 1명은 사회적 활동, 업무, 또는 자원봉사 활동에 방해가 됐다고 보고한다.
 
그런데 초가공식품의 만성적 섭취는 바로 이러한 주관적 인지 저하 및 경도인지장애 발현을 앞당길 수 있는 유력한 환경적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포장 간식, 인공감미료 음료, 가공육 등을 과도하게 섭취한 집단은 인지 민감성 저하, 주의력 손실, 단기 기억력 감퇴를 보였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방은 가능한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 예방'
 
치매나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일상 속 실천으로 발병 시기를 늦추고 인지기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이 지난주에 발행한 <헬스비트(Health Beat)> 가이드북은 다음 6가지 생활 습관들을 권장합니다. 
 
△운동: 유산소 운동은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 특히 알츠하이머에 취약한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게 효과가 크다.
△지중해식 식단: 과일, 채소, 통곡물, 올리브유, 생선을 중심으로 한 식단은 MCI 발병 위험을 낮추고 진행 속도를 늦춘다.
△절주: 적정량 이상의 알코올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알코올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위험이 22% 높다.
△수면: 하루 7~8시간의 수면은 기억 고정화와 정서 안정에 필수적이다.
△정신적 자극: 독서, 글쓰기, 게임, 음악 연주는 뇌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사회적 관계: 정기적 교류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높이고 치매 발병을 지연시킨다.
 
'무엇을 피하는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단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해한 식품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초가공식품이 포함된 장보기 리스트에서 탄산음료, 인스턴트 식품, 소시지류, 달달한 간식, 인공 감미료 음료 등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합니다.
 
초가공식품은 우리의 뇌를 장기적으로 침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오늘의 식단이 미래의 기억력, 집중력, 사고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편리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나를 지킬 것인가.'
 
미국 CDC의 '주관적 인지 저하(SCD)' 인포그래픽. (사진=미국 CDC)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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