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기후변화가 바나나의 생존을 위협한다
세계 최고 인기 과일의 위기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농가 '비상'
2025-05-16 09:35:39 2025-05-16 14:53:33
죽어가는 바나나 앞에 선 아멜리아와 그녀의 딸 야켈린.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지구촌에서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자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인 바나나가 기후 위기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2025년 5월12일 보도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바나나 생산지 중 최대 3분의 2가 2080년까지 재배에 부적합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다루었습니다. 
 
이 보도는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의 보고서 《Going Bananas: How Climate Change Threatens the World's Favourite Fruit(고잉 바나나: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을 위협하는가)》를 인용해, 기온 상승과 극한 기상현상, 해충 및 곰팡이 질병 등이 바나나 농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 4대 식량작물로 꼽히며, 전 세계 인구 4억명 이상이 일일 칼로리의 15~27%를 바나나에서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나나 수출의 80%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생산됩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수출용 바나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캐번디시(Cavendish) 품종은 온도와 수분 조건에 민감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합니다. 
 
과테말라의 바나나 농민인 아우렐리아(53, 사진)는 “기후변화가 우리 작물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는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제 농장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일어나고 있는 것은 죽음입니다. 제 작물의 죽음입니다.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코코아나무도 충분히 자라지 않아 쓸모가 없습니다. 바나나 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들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습니다. 작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래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더 빨리 찾아왔고, 이는 우리가 어머니 땅과 생태계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아이들과 특히 손자 손녀들에게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불확실한 것은 이 상황이 미래에 더 악화되어 이 전체 농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저에게 매우 큰 문제입니다”라고 깊은 절망감을 토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기상 조건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검은잎곰팡이(Black Sigatoka)’와 ‘푸사리움 열대종 4(Fusarium Tropical Race 4)’ 등 바나나 식물에 치명적인 곰팡이 질병들이 기후변화와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푸사리움 병원균은 토양 전파성으로 방제가 어렵고, 전 세계 캐번디시 바나나 농장을 파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크리스천 에이드 측은 이러한 상황을 ‘기후정의의 문제’로 규정하며,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한 선진국들이 화석연료 감축과 함께 피해 지역 사회의 적응력 강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사이 오지그호(Osai Ojigho) 크리스천 에이드 캠페인 디렉터는 “바나나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수백만 인구의 생존과 연결된 식량”이라며 “기후위기의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 이미 생계를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인 권고에서는 배출량 감축, 새로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른 기후 금융, 복원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현명한 소비’를 강조합니다. “바나나 소비자들은, 특히 바나나 수입량이 많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은, 바나나 농민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고 지역사회에 투자되는 공정무역 바나나를 구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또한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유기농 바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바나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생태계 장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바나나 등 열대 수출 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여 지난 3월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기온 상승과 노동력 및 수출 인프라 요구사항이 결합되어 수출용 바나나 생산에 적합한 지역이 60% 감소할 것이며, 현재 바나나 생산 지역의 대부분에서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는 빙하와 해수면 상승, 북극곰의 생존 문제로만 인식되었지만, 우리의 식탁 위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과일 하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위기가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우렐리아와 그녀의 손녀.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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