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커가는 '곰팡이 감염증' 위험
면역저하자·노인·신생아 등 취약층 위협…해마다 수백만명 생명 앗아가
WHO, 글로벌 협력 통한 백신과 신약 개발의 절박하다고 호소
2025-05-16 09:33:41 2025-05-16 15:06:29
세계보건기구(WHO) 곰팡이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 (사진=WHO)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2024년 에미상 6개 부문 수상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는 좀비 팬데믹이라는 극단적 가정 속 곰팡이 감염의 공포를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픽션의 세계를 넘어서 현실에서도 곰팡이 감염은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조차 치명적인 진균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는 백신과 신약 개발의 절박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곰팡이는 사람을 좀비로 만들지는 않지만, 일부 감염은 치명적이며, 여전히 치료법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공포는 드라마가 아닌 병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곰팡이는 인간의 면역 체계가 약해졌을 때 빠르게 침투합니다. 특히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암 환자, 고령자, 장기 이식 환자 등이 대표적인 고위험군입니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곰팡이 감염 확산의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밸리 열병은 최근 몇 년간 폭증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2023년 1만1000여명이 감염되었고, 2024년에는 이미 5월 초 기준 5500명을 넘어섰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2023년 약 9200명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3100명 이상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커지는 ‘곰팡이 감염증’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
 
최근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곰팡이 감염증(fungal infections)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흔히 환경에 존재하는 곰팡이는 대부분 해롭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에게는 심각한 기회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균주는 항진균제에 내성을 지녀 치료가 어렵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공중보건 차원에서의 대응이 시급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침습성 곰팡이 질환에 대한 의약품 및 진단 도구의 심각한 부족 문제를 다룬 첫 번째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WHO의 보고서는 진균 감염은 공중 보건상의 주요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칸디다(구강 및 질 칸디다증의 원인)와 같은 일반적인 감염이 치료에 대한 내성을 점점 더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감염은 암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 HIV 감염자, 장기 이식 환자 등 중증 환자 및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침습성 곰팡이 감염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국가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WHO 항생제 내성 담당 유키코 나카타니(Yukiko Nakatani) 박사는 말했습니다. "새로운 항진균제와 진단 도구 개발 파이프라인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의 지역 병원에서도 곰팡이 검사가 부족하다. 이 진단 격차는 환자의 고통 원인을 알 수 없게 만들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균 병원체 우선순위 목록이란?
 
WHO의 진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Fungal Priority Pathogens List, FPPL)에서 '최우선 순위'로 분류된 진균은 치명적이며, 사망률이 최대 88%에 달합니다. 치료법 발전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침습성 진균 질환 사례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은 2022년 10월, WHO가 인류 건강에 위협이 되는 진균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진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을 발표한 것으로, 이 목록은 병원체를 ▲긴급(Critical) 우선순위 ▲고(High) 우선순위 ▲중간(Medium) 우선순위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대응 필요 수준을 제시합니다. 
 
긴급 우선순위에는 전 세계적으로 침습성 감염을 유발하며 항진균제 내성이 강한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 폐 감염을 일으키는 아스페르질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 뇌수막염의 원인인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Cryptococcus neoformans), 구강 및 생식기 감염의 주범인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피부·손발톱 감염부터 침습성 감염까지…연간 사망자 160만명
 
진균 감염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명이 피부나 손발톱의 표재성 진균증을 앓고 있고, 1억3500만명은 점막 감염을, 수백만 명은 심각한 침습성 감염을 겪고 있으며 이들 중 연간 약 16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표재성 감염은 곰팡이가 피부, 모발, 손톱, 점막의 표면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25%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증가 추세입니다. 감염은 사람 또는 동물(고양이, 개 등)과의 접촉, 수영장이나 공용 탈의실 같은 습한 환경, 타인의 빗·수건·신발 공유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됩니다. 감염 부위에 따라 발(tinea pedis), 두피(tinea capitis), 손톱(tinea unguium), 얼굴(tinea faciei), 몸통(tinea corporis)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감염은 종종 가려움증, 각질 탈락, 홍반, 탈모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진단이 늦어지면 만성화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침묵 속 확산되는 곰팡이 위협…글로벌 대응 체계 구축 절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4월 발표한 진균 감염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진균 감염의 위협은 과소평가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칸디다 아우리스와 같은 항약제 내성 곰팡이의 확산이 의료 시스템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생명공학 기업이 백신을 개발 중에 있지만, 현재 인간에게 사용 가능한 곰팡이 백신은 없습니다. 이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달리 곰팡이가 상대적으로 크고 복잡한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진균 감염은 단순한 피부병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면역력이 저하된 암 환자, 장기 이식자, 신생아, 노인 등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침습성 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처럼 곰팡이 감염은 단순한 피부질환에서 나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 대응과 관심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WHO가 권고하듯이, 진균 병원체에 대한 체계적 감시와 진단 역량 강화,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투자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진균. (사진=Journal of Fungi)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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