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권 방어 본격화…관건은 ‘산은’
산은의 한진칼 지분 약10.6%의 향방
호반이 사들이면 29%로 지분율 늘어
한진측 우호 지분 더해도 경영권 위태
산은 “한진 지분 매각 결정된 바 없어”
2025-05-16 16:39:05 2025-05-16 18:42:39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맞서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되살려 경영권 방어에 나선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의 향방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업은행이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 태세를 늦추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격납고 내에 새로운 기업 이미지(CI) 도장을 입은 대한항공의 B787-10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한진칼은 자사주 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앞선 15일에 공시했습니다. 사내 근로복지기금은 한진칼이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만든 비영리재단입니다. 근로복지기본법상 기금은 출연받은 주식 등과 같은 자산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한진칼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기금에 출연하고, 기금이 이를 주식으로 보유함으로써 의결권은 살아납니다. 이를 통해 한진칼 측 우호 지분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조 회장 측 한진칼 지분은 20.66%로 확대됐습니다. 호반그룹(18.46%)이 지분 확대에 나서며 1.5% 포인트까지 좁혀졌던 격차는 다시 2.2% 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10.58%)을 언제 팔지 모르는 데다 매각한 지분을 호반 측이 사들일 경우, 29.04%의 지분율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 회장 쪽이 우호 주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의 지분까지 더할 경우 35.56%로 호반과의 격차는 6.52% 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경영권이 위태로운 형국이 되는 셈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6.52% 포인트) 격차만 보면 조 회장 입장에서 경영권 안정성이 절대적이진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경영권 강화 지속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드러나지 않은 관계사 중에 한진칼 의결권 우호 주주가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우호 지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2022년 3월,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시장에선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가까운 시일에는 매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산은은 지난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자금을 지원하면서 한진칼 주식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한진칼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 조건에 포함된 통합이후관리(PMI) 이행 책임 등으로 산은이 지분을 당분간 팔기 어려운 구조로 전해집니다.
 
산은 측은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통합한 것이고 해당 목표가 진행 중인 바, 현재 상황에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정부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이익을 내려고 지분을 쉽게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적 기관인 산은이 수익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라는 공동 성과를 낸 파트너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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