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1년, 투자 역대급…삼성전자 '반도체 1위' 탈환 사활
시설투자 10조원 넘어…1분기 최대
설계 역량·조직 문화 개선에 주력
"투자효과 1~3년 후 가시화될 것"
2025-05-19 15:13:00 2025-05-19 15:44:29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사업) 부문장(부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전자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굴욕을 씻고, 다시 정상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의 효과가 1~3년 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9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구개발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9조348억원입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시설투자액은 11조9983억원으로, 이 중 DS부문이 91.2%인 10조9480억원을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부문에 10조원 이상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0년대 들어 1분기 반도체 시설투자액 규모가 6조~9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에도 1분기 시설투자액은 7조2181억원(83.5%)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DS부문 및 디스플레이(SDC)의 첨단공정 증설·전환과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시설투자가 이뤄졌다"며 "메모리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중장기 수요 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 추진했고, 시스템 반도체는 선단 노드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는 이를 반도체 부문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전 부회장이 '반도체 구원투수'로 복귀해 반성문까지 제출하며 추진했던 ‘근본적 경쟁력 강화’ 전략의 연장선이란 분석입니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전 부회장은 약화된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말 인사에서 설계 인력을 다수 승진시키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DS부문 전 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다섯 차례 열며 토론 문화 복원(C.O.R.E 워크)에 집중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1년 동안의 실적 저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025년 1분기 매출은 25조1310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1373억원)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1055억원으로 전년(1조9140억원)보다 줄었습니다. 이마저도 미국발 관세 우려에 따른 서버용 D램과 낸드 수요 반등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실적 호조 당시 전 부회장이 "시황 덕분"이라 언급했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34%로 SK하이닉스(36%)에 밀렸습니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지연으로 HBM 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며,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와의 매출 격차가 10조원 이상 벌어졌습니다.
 
삼성은 올해를 반도체 주도권 회복의 전환점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상반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하반기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수율 안정화에 주력 중입니다. 6세대 HBM(HBM4)은 내년 시장 개화를 앞두고 하반기 양산을 마칠 계획입니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4, 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의 투자 확대는 1~2년 내 시장 선두 복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패키징이나 부분적 팹 공정은 1년 내 투자 효과가 있지만, 전면적 팹 공정은 2~3년 후에 투자 성과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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