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검찰개혁)①‘미완’의 검찰개혁, 결국 내란 부르다
윤석열 집권 후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4개월만에 '무위'로 돌려
수사권·기소권 양손 쥔 '정치검찰'…수사 칼날은 진영 따라 갈려
검찰 출신 인사, 내란 연루 의혹 받거나, 내란 동조·옹호 하기도
"윤석열 파면은 곧 검찰 파면, 검찰 헌정질서 퇴장 명령받은 것"
2025-05-19 06:00:00 2025-05-19 10:54:5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12·3 계엄을 계기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은 미완이 됐고, 윤석열정부는 검찰개혁을 수포로 돌리고 검찰공화국을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정권의 호위무사가 됐으며, 윤씨와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는 무디기만 했습니다. 특히 검찰공화국에서 계엄이 발생했다는 점에선 검찰도 내란공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검찰의 칼날은 정적과 시민을 향했을 것이라는 공포가 큽니다. 검찰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당면한 과제입니다. 새 정부는 집권 즉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미완으로 끝난 검찰개혁 실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한계와 개선 방안, 새 정부의 정책 공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검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뼈대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입니다.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 검찰청법을 개정했고,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분야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검찰개혁은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적폐청산을 강조, 불가피하게 검찰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박근혜정부에서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발탁됐는데, 이는 검찰개혁을 사실상 후퇴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좌절된 검찰개혁의 '한(恨)'은 윤석열씨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검찰공화국, 12·3 내란이라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우선 윤씨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측근들을 요직에 앉혔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한 한동훈 검사장과 송경호 검사는 각각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을 수사했던 홍승욱 검사는 수원지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엔 이원모 검사 △법률비서관엔 주진우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엔 이시원 검사 △법제처장엔 이완규 부천지청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엔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엔 박성근 검사 △금융감독원장엔 이복현 검사 등이 임명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불린 한동훈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을 빠른 속도로 후퇴시켰습니다. 이른바 '시행령 개정 꼼수'였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 기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축소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넓혔습니다. 대통령령이 개정·시행된 건 2022년 9월. 검찰개혁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후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넉 달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에선 검찰개혁 구호에 몸을 사리던 검찰은, 윤석열정부에서 선배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수사권까지 원복되자 다시 정권을 지키는 애완견이 됐습니다. 정권 내내 윤씨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씨 부부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진행되고, 흐지부지되기 일쑤였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검찰은 2020년 고발장이 접수된 이 사건을 4년 동안이나 틀어쥐고 있다가 여론에 떨리며 2024년 7월이 돼서야 피의자 김건희씨를 처음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조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이뤄졌고, 검찰은 조사에 앞서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황제조사'라는 오명이 나왔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아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결국 검찰은 그해 10월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최근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윤씨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되고, 주요 공범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후입니다. 
 
2014년 12월3일 검찰공화국에서 일어난 계엄 선포 역시 '정치검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씨가 계엄으로 내란을 획책할 수 있었던 자신감도 검찰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계엄에 성공했다면 정적과 정권에 반대한 시민사회 세력을 법으로 처단했을 수 있다. 물리력을 쥔 군, 수사력을 갖춘 검찰이 내 수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엄을 택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정황을 본다면, 검찰도 내란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민주당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추미애 의원은 계엄 당시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부하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관한 임무를 부여하면서 '중요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이 하니까 지원하라'고 말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했습니다. 방첩사, 검찰, 국정원이 선관위 서버 확보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여인형·정성우 및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 진술과 관계자 수첩 기재 내용 등에 의하면,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한 어떠한 요청도 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찰공화국에서 계엄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란의 책임에서는 검찰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더구나 계엄 선포 직후인 12월6일 심우정 검찰총장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 번호를 구했고,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는 8일 김 전 장관과 비화폰으로 통화했습니다. 이 차장검사는 "자진 출석을 설득하려고 통화했다"고 했지만, 당시 검찰은 내란죄 수사의 주요 단서인 김 전 장관의 비화폰 대신 개인 휴대전화만 압수했습니다. 증거인멸 가능성을 막는 건 수사의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12월4일 대통령 안가회동에 참여했던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월22일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엄 이튿날인 12월4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비밀회동을 한 4명 중 3명도 검찰 출신입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씨와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입니다. 이 처장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습니다. 그는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를 당했을 땐 윤씨의 소송 대리를 맡기도 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윤씨가 평검사 시절 함께 일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들은 안가에 모여 계엄 실패 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걸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안가 회동을 전후로 윤씨와 통화를 한 사실까지 공개됐습니다. 
 
검찰 출신들은 윤씨의 내란을 비호하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특수통'이었던 김홍일·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씨 측 법률대리인이었습니다. 이들은 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고, 윤씨에겐 국헌을 문란게 할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2월, 윤씨를 수사하는 수사기관과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은 형사소송에 준하는 원칙을 지키고, 불구속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통과시켜서 논란됐습니다. 특히 김용원 상임위원은 2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두들겨 없애 버려야 한다. 박살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검찰 권한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영장 청구권을 독점한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서보학 교수는 "헌재가 윤씨를 파면했다. 이는 검찰에 대한 파면과 같은 의미"라며 "검찰은 우리 역사에서 존재 의의를 다했다. 헌재에 의해 민주적 헌정질서에서 퇴장할 것을 명령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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