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 프로젝트와 연계된 ‘스마트 시티’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입니다. 원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의 국가 전략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왼쪽)이 지난 2023년10월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는 14일(현지시간) 사우디 경제도시 킹압둘라에 있는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East·HMMME)’ 기공식을 열고 전기차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HMMME 공장 착공은 단순한 자동차 생산 시설 설립을 넘어,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에 구현할 스마트 시티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물입니다.
HMMME 공장 내에서 생산될 전기차와 수소차는 스마트 시티의 친환경 인프라를 뒷받침합니다. 도시 내 이동 수단의 전동화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전망입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HMMME는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중동 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플랫폼”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그룹과 사우디 정부 간 협력은 지난 2022년 정 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의 회동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양측은 스마트 시티에 수소차와 수소트램(수소 전차)을 공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스마트 시티' 모습.(사진=현대차그룹)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는 네옴시티(NEOM City)와 미스크 시티(Misk City)와 같은 스마트 시티 조성입니다. 이들 도시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친환경 인프라를 기반으로 100% 무공해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스마트 시티 조성은 현대차그룹이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는 처음부터 새로운 부지에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설계하는 ‘그린필드 스마트 시티’ 개념을 연구 중이며, 그 첫 모델이 네옴시티와 미스크 시티에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그린필드 스마트 시티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도시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연결하고 최적화하는 ‘커넥티드 시티’ 개념을 포함합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차량 간 통신(V2X),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람과 도시, 환경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해온 바 있습니다.
한편, 현대차가 최근 미국과 인도에 이어 사우디까지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을 두고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를 위축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대대 장 부회장은 “해외투자로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룹 차원에서 모빌리티 부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나 로보틱스, 에너지 등도 국내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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