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박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다음 주 관세율 발표 앞두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먹구름이 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관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업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마이애미행 에어포스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시적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대상이 또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서 생산했던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위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오후 1시1분(한국시간)부터 모든 수입 완성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당초 다음 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매길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3사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미국 자동차 기업은 부품의 상당수를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4년부터 멕시코에서 모듈과 여러 핵심 부품을 만들고 있고,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는 멕시코에서 각각 엔진과 변속기를 생산 중입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보류되면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날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에 선임하면서 미국 내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퍼거슨 소장은 앞으로 미국 정부 및 의회와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서 아이오닉9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반면 관세 부과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반도체 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당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물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사 근거 법조항은 ‘무역확장법 232조’로 특정 품목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대통령이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장비까지도 대상에 오르면서 조만간 이들 제품에 고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최소 25%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관세가) 다음 주 중에 발표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반도체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가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공 단계에 있는 미국 테일러 공장에 장비 반입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테일러 공장의 건설 진행률은 99.6%입니다. 내년 공장이 가동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장비 관세 부과 시기와 반입 시기가 맞물릴 수 있습니다. 해당 공장에서는 4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 양산이 이뤄져 ASML 도쿄일렉트론 등으로부터 장비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미국 상무부 조사는 한 두 달 소요될 것이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품목 관세가 부과되므로 관세 부과 시점은 다음 주가 아닌 조사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제조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계획을 수정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장비를 빠르게 입고시키는 전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박혜정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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