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글로벌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미국 마이크론이 고객사 확보, 생산 거점 확대, 전문 인력 모집 등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납품에 돌입했습니다. 해당 제품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HBM3E 품질인증을 받은 기업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이 두 번째입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해당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양사가 GB300 공급 물량을 나눠 가질 전망입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36%를 차지해 삼성전자(34%)를 누르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마이크론은 앞선 4분기(16.9%)보다 8%p 상승한 25%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9%p까지 좁힌 겁니다. 이는 마이크론이 HBM3E 8단을 공급하는 등 HBM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제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1등 지위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점유율을 20%대(지난해 기준 9%)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를 위해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 인수한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공장 2곳을 HBM 생산을 위한 D램 기지로 탈바꿈해 올해 가동에 나설 방침입니다.
아울러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싱가포르에 10조원을 투자해 HBM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 아이다호 주, 뉴욕 주에 향후 20년간 총 5기의 신규 팹을 건설하고 버지니아 주 내 기존 반도체 공장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등 D램 공장도 당초 계획했던 2027년 가동을 1년 앞당겼습니다.
이외에도 제조 장비, 인재 수급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오는 6월 도입할 예정입니다. 마이크론은 HBM 제조에 필수 장비인 ‘TC본더’를 한미반도체로부터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4월 초 기준으로 올해 TC 본더 수입 물량이 작년 한 해 확보 물량(약 30~40대)을 이미 넘어 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작년 말부터 경기도 판교 일대에서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력직 면접을 잇달아 진행하며 인재 모시기에 나서는 양상입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캐파 때문일 수 있다”며 “증설이나 시설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부터 HBM 점유율에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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