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길을 잃다②)경쟁사 100% 임박…정부 무대책에 K-전자만 '바닥'
국내 RE100 이행률 저조 뒤엔…정부 외면
핵발전 중심 윤 정권…글로벌 트렌드 역행
재생에너지 공급가 미국 비해 10배↑비싸
구글·애플 등 2029년까지 100% 이행 요구
전력망 구축·정부 지원 없으면 전환 불가능
2025-04-11 14:57:03 2025-04-11 15:19:07
[뉴스토마토 배덕훈·박혜정 기자] 당연히 재생에너지를 쓰면 좋지만 제반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정책적 지원 외에도 전력망 구축 등은 국가의 역할인데 기업들이 알아서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반도체 업계 관계자)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인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LG전자(066570) 등 대표 반도체·전자기업의 RE100 이행률이 해외 사업장과 국내 사업장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불가피한 변화를 ‘나몰라라‘한 현 정부에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늘지 않으면서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단가가 비싼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은 되레 줄어들었습니다윤 정권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한 RE100 대신, 핵발전 중심의 탄소 중립 정책인 CF100에 올인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잠깐 활기를 띈 재생에너지 분야는 결국 성장세를 멈췄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RE100을 이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고비용과 공급 부족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무역협회가 발간한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보고서를 보면, RE100 회원 127개사가 재생에너지 조달의 애로사항으로 고비용 또는 한정된 공급을 꼽았습니다실제 한국의 재생에너지 가격은 비싼 수준입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가격 지표인 REC(재생e 공급인증서)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41REC당 평균 72000원선(1KWh당 72원 수준)인 반면, 미국은 1KWh(키로와트시)2.9~5.8(2023년 기준) 정도로 파악됩니다.
  
재생에너지가 비싼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이 많아야 가격이 내려가지만, 생산 자체가 줄어 결국 수급 불균형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영국 같은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대부분 해상·풍력이라며 한국이 영국보다 해상·풍력의 지리적 요건이 좋다고 평가한다고 했습니다이어 태양광 일조량도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많다며 생산 자체를 많이 해야 단가가 떨어지는데 한국은 정책적 노력을 하지 않아 재생에너지가 비싼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삼성전자)
  
애플·구글 2029까지 RE100 달성 요구
 
더구나 반도체 부문은 다른 가전 분야에 비해 훨씬 많은 전력을 쓰기에 정부 정책 지원 없이 재생에너지 전환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2023년 삼성전자는 DX(스마트폰·가전 등부문에서 2914GWh(기기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했지만, DS(반도체부문은 2만7042GWh로 10배 가량 더 많은 전력을 썼습니다.(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면서 공급망 협력사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한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에 근접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은 2029~2030년까지 공급사들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RE100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더 클라밋 그룹은 지난해 발간한 ‘RE100 2023’ 연례 보고서를 통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사용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수출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며 2040년에 한국기업이 RE100에 동참하지 않을 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수출액이 각각 31%, 40%씩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국내 기업 입장에서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셈입니다.
 
반도체 공정 작업 중인 연구원 (사진=SK하이닉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도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또다른 무역장벽으로 번지지 않도록 RE100 이행을 해야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어떻게 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냐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했습니다.
 
RE100 새 암초인 ‘용인 클러스터
 
RE100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결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 수요 규모가 역대급일 것으로 추산되지만,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이 뚜렷하지 않아 향후 전체 이행률을 갈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기업 투자가 마무리되는 2053년까지 전체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공급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일단 SK하이닉스 클러스터에 1GW 규모, 삼성전자 클러스터에는 3GW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 필요한 전력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송전망 등 인프라 자체가 포화 상태라 남은 전력 모두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경우) 3GW LNG로 하고 7GW를 재생에너지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감당할 송전선 건설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진행중인 용인시 원삼면 일대 모습.(사진=뉴시스)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클러스터를 지어야 하는데도 정치권이 수도권 유권자를 의식해 부지를 확정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 교수는  “결국 서울과 경기도 쪽 인구가 많다보니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의식해 결정한 것 같다결국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용인 클러스터에서 사실상 RE100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로 나가버리는 최악의 산업 공동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박혜정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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