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박혜정 기자]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선언인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의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해외 사업장에 비해 1/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에 단가마저 비싼데 정부 지원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해외 경쟁사들은 RE100 이행률 10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1일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와 각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지난 2023년 기준 해외 사업장에서 총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재생에너지로 쓴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를 기록했습니다. 같은해 SK하이닉스도 해외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쓴 반면, 국내에선 11%만 사용하는데 그쳤습니다. LG전자는 2023년 6월에 가입해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와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10배 가량 차이가 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RE100 이행률도 각각 31%, 30%로 동반 하락했습니다. 아울러 LG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10.1%의 이행률을 발표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률 증가 속도도 더딘 편으로 특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지지부진한 형국입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20.5%에서 2022년 30.7%로 대폭 늘었지만, 2022~2023년 증가폭은 0.3%P에 불과합니다. SK하이닉스도 2021년 4%에서 2022년 29.6%로 늘렸지만, 2022~2023년 0.4%P 증가에 그쳤습니다. 2024년 CDP 보고서는 아직 발표 전인데, 지난해에 비해 1~2%P만 늘어났을 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전자 기업 대비 저조한 수치입니다. 인텔은 2023년 기준 92%의 사용률을 달성했고, 2024년 76%를 기록한 엔비디아는 2025년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REC(재생e 공급인증서)나 PPA(전력구매계약) 등을 이용해서 RE100 기준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 들어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태양광 발전시설 뒤로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는 모습.(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문가들은 K-전자기업들의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은 사용률 증가를 위한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관리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훨씬 더 낮춰 잡는 등 제대로 된 RE100 정책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장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을 현 정부가 반대하면서 보조금 정책, 금융지원, 규제완화 등 시장 확대에 필요한 정책적 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해외와 다르게 REC 구매 비용이 40배나 더 비싼데다 PPA 저변도 많지 않아 공급량 부족으로 비싸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원보다 REC 구매해서 해결하라고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배덕훈·박혜정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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