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중 양국이 오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협상에 나섭니다. '세기의 관세전쟁'이 3개월 만에 완화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지만, 극적 타결 가능성은 작습니다.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기싸움을 이어가며, 협상 역시 '신중한 탐색전'이 될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미·중 무역전쟁도 1단계 합의에 이르기까지 17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합의 아닌 긴장완화 목적"…중국도 타결에 '부정적'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데이비드 퍼듀 주중대사 선서식을 진행한 뒤 '중국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철회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협상 성과를 내기 위해 중국이 바라는 유화 조치를 먼저 취하지는 않겠단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이 이번 협상을 먼저 제안했다'는 중국 주장에 대해서도 "그들은 기록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게 '타결'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미리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과의 회담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초기 회담일 뿐"이라며 "이번 회담의 목표는 대규모 무역 합의가 아닌 긴장 완화에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평론을 통해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대화를 빙자해 강요와 협박을 가한다면 중국 측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원칙적인 입장이나 국제 공정과 정의를 희생한 어떤 합의도 이루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중국은 장기전이 될 수 있는 무역전쟁을 버텨내기 위해 '내수 체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지준율)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상태인데요. 지준율은 은행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을 뜻하는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면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3조원)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국은 정책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0.1%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LPR은 신용대출(1년물)과 주택담보대출(5년물)의 기준이 되는 만큼, 인하 폭에 따라 대출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중이 협의를 시작하는 건 관세전쟁이 양국 경제에 크나큰 피해를 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고, 미국의 3월 무역수지는 1405억달러(약 197조원)의 적자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중국도 최근 들어 주요 지표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제조업은 지난달부터 휘청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50.5)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49.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16개월 만의 가장 큰 하락폭으로, PMI가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지면 제조업 경기가 수축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저장성·장쑤성·광둥성 등 중국의 주요 수출 지역에선 미국발 주문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상당수 공장이 강제 휴업에 들어갔고, 이는 고용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도시 지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6.5%로 3개월 연속 16%를 넘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APF연합)
'관세전쟁' 발발 후 첫 공식대화
긴장완화가 주목적인 이번 협상에선 △100%가 넘는 고율관세 인하 △특정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수출 통제 △소액 수입품 관세가 논의될 걸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3일 백악관은 백악관 고위 인사를 인용해, 백악관이 중국산 수입품 중 일부의 관세를 절반 이상 낮춘 50~65%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백악관은 지난해 말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방식과 유사한 '단계적 접근'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 품목엔 35%의 관세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해당하는 품목에는 최소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입니다.
품목별 관세도 논의될 수 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관세로 인해 카시트를 비롯해 육아용품 가격이 오르는 문제와 관련해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이라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처를 확대 중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일 "중국이 무역전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조용히 면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131개 품목이 관세 면제 대상에 올랐고, 그 규모는 2024년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액의 약 24%인 400억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부터 800달러 미만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드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조항을 중국산 제품에 한해 폐지했는데, 이 역시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에 타격이라 협상 의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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