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강제 단일화'…법적분쟁 땐 '후보 증발'
김문수·친윤 지도부, 단일화 놓고 연일 정면충돌
현역 의원들 '단일화' 공감…지도부 강압 지적
김·한 2차 회동에서도 이견 보이며 합의 불발
2025-05-08 18:25:09 2025-05-08 19:51:44
 
[뉴스토마토 이진하·이철우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또다시 정면 충돌했습니다. 특히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론'까지 제기하면서 사상 초유의 집안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일 전까지 한 후보와 빠르게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반면,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 후보는 법적 분쟁까지 예고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 일각에선 "최악 땐 후보를 못 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일화 둘러싼 초유의 '집안싸움'
 
국민의힘은 8일 오후에도 의원총회를 열어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전날 밤까지 이어진 총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단일화가 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일부 의원이 의총에서 당비 문제를 제기하며 김 후보를 향해 수백억이 드는 당비를 놓고 모험하지 말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후보 교체론을 시사한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풀이됩니다. 
 
주진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단일화를 미룬다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그냥 날려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당을 생각해 11일까지 단일화를 이뤄달라, 불과 1주일 차이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다. 김 후보로선 배수진일지 모르지만 이는 당의 정치적 미래와 당원들의 당비를 걸고 하는 모험으로 곤란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비용에 드는 항목으로 인쇄물, 플래카드, 유세차 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제3지대' 통합을 제안했습니다. 윤 의원은 "의원 20명 이상을 제3지대로 기존 정당으로 보내서 우리가 병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인 점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당론에 따라 선출된 후보의 동의 없이 강제로 하는 단일화는 적법 절차 원칙이나 당내 민주주의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3당 원내교섭단체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적분쟁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이들도 있습니다. 대구·경북(TK) 중진 의원은 김 후보가 언급한 법적분쟁에 대해 "법적분쟁으로 끌고 들어가면 확실히 위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진짜 우리 당은 엉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김 후보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전당대회는 열 수 없게 돼, 후보가 증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쪼개진 국힘…"지도부 사퇴해야" "시간 없다"
 
국민의힘 내부도 분열하는 양상입니다. 이날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현역 의원 다수는 지도부가 나서서 후보를 압박하고,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건 당헌·당규에 위반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는 필요하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경선에 통과한 후보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가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당 자체가 위기의 상황이라고 보고, 당이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08명의 의원이 함께 뜻을 모았으면 좋겠는데, 지도부가 완강하게 나오다 보니 그런 의견을 듣지 못하는 상황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단일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에서 후보를 뽑았으면, 후보 위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은 탄핵됐다. 이 게임에 대통령을 비롯해 친윤(친윤석열)계는 더 이상 관여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습니다. 
 
당내 영남권 중진 의원은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경선으로 뽑힌 후보를 교체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당내 의원들은 이번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는데요. 수도권 의원은 "경선으로 뽑힌 김 후보보다 당내에서 한 후보를 추대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 반면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들 정도가 김 후보에게 힘을 싣어 굉장히 불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조경태 의원은 "지금의 상황은 지도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상황이고, 빨리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좋든 싫든 선출된 후보이기 때문에 당원·당규상 후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맞고, 이 상황을 결국 악화시킨 것은 후보를 압박한 지도부의 탓"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조 의원은 파면된 1호 당원부터 제명하는 등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김 후보와 한 후보의 2차 회동도 공회전 끝에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한 후보는 "시간이 없다"며 당장 오늘내일 결정하자. 어떤 절차나 방식도 좋다"고 하자, 김 후보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이 다 돈 1억씩 내고 한번 통과하면 또 1억 내는 등 많은 과정을 거쳐서 왔다"며 "왜 뒤늦게 청구서를 내냐"고 반발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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