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해 올해 1%대 후반으로 떨어지고, 15년 뒤인 2040년대에는 0% 내외로 추락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특히 경제 구조개혁이 지체될 경우 역성장 시점이 204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나왔습니다. 잠재성장률 추락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넘어 '제로 성장'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로, 경제 구조개혁 등 생산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늙어가는 한국…저성장 넘어 '제로 성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 잠재성장률은 1%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대 초반, 2040년대에는 0% 내외까지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잠재성장률은 경기 순환적 요인을 배제한 중장기적 흐름을 말합니다. 즉,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생산 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0년대 3%대로 떨어진 뒤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잠재성장률 추락하는 원인으로는 인구구조 변화가 꼽힙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줄면서 5년 뒤인 2030년부터는 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화할 것이라는 게 KDI의 예측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한 걸 노동 투입으로 보완해 왔는데, 이제 그런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김준형 KDI 동향총괄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30년 전후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노동투입도 감소함에 따라 자본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자본투입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조개혁 지체 시 '역성장' 6년 앞당겨져
문제는 이 같은 시나리오도 최근 10년의 평균 경제 성적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가정에 따른 추산이라는 점입니다. 미·중 통상전쟁이 심화하고 경제 구조개혁이 지연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오는 2041년부터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있다고 KDI는 내다봤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역성장이 시작되는 지점이 대략 2047년 전후이며,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1년 전후"라며 "2050년도 잠재성장률은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0.5%,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0.1%,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0.3%"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KDI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장 진입장벽 완화 △경쟁제한 규제 개선 △성과 중심 보상체계 구축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고령층 재고용, 여성의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 외국인 노동자 확대 등으로 노동력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성장세 둔화에 따른 실질중립금리가 하락하면서 명목금리의 하한선이 제약돼 정부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저물가 위험에 대응하도록 통화정책 체계를 점검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정 실장은 "통화정책은 명목금리를 내려 경기하방 위험에 대응할텐데, 0% 이하로 명목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명목금리 추세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통화정책의 여력이 부족해지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물가 위험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물가 위험에 대응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복적인 경기부양으로 재정적자 기조가 만성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즉 반복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공적연금 구조 개편, 재정지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정 실장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을 단기적인 경기부진으로 잘못 판단해서 경기부양을 반복한다면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경기가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재정 적자를 늘리는 정책을 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설명중인 김지연 KDI 전망총괄(가운데). 왼쪽은 김준형 동향총괄, 오른쪽은 정규철 경제전망실장. (사진=KDI)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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