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강경한 관세정책을 내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쪽으로 메시지를 바꾸며 태세 전환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조만간 세상을 뒤흔들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만 예고해, 또다시 전 세계에 긴장 모드를 형성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메시지에 전 세계는 물론, 자국민에게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세로 '부자' 된다더니…"비싸면 덜 사면 된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최근 몇 주 동안 "눈에 띄게 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긍정적 효과만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물가 상승을 감내해야 하며 저렴한 외국산 제품을 포기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각료회의에서 "어쩌면 아이들이 인형을 30개 대신 2개 가질 것"이라며 "그리고 그 인형 2개가 평소보다 몇 달러 더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는 지난 4일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난 그저 아이들이 인형을 30개씩이나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연필도 250개까지 필요하지 않다. 5개만 있어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 필요하지 않은 쓰레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 적자에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달걀 가격 급등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뒤뜰에서 닭을 기를 수 있다고 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CBS와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경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겪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중이 긍정적으로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참모를 지낸 마크 쇼트는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할 것 같다"며 "대통령은 가상화폐로 수십억달러를 벌면서 국민들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용품을 줄이라고 요청하는 게 겉보기에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러드 번스타인도 "정의하기 어렵고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를 위해 '생활 수준을 줄여야 한다'고 억만장자들이 말하면 대부분의 미국인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 9일 세상 뒤흔들 중대 발표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이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취임 선서식 등 연이은 행사에서 조만간 "특정 주제에 대해 중요한 발표가 하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언급했는데요. 예고만 하고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쇼맨십'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옵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오벌오피스 회담에서 내주로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을 언급한 뒤 "그전에 우리는 매우,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엇에 관한 발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긍정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발표 시점은 "오는 8일이나 9일, 아니면 12일 발표할 것"이라면서 13~16일로 예정된 중동 순방을 떠나기 전에 발표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초반부터 "향후 2주 내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방식으로 향후 계획이나 정책을 예고, 전 세계를 상대로 긴장 모드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는 한달 전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에 대해서도 "매우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5일엔 그 일정을 "앞으로 2주 내"로 다시 수정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이 기묘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쇼맨십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그는 실제로 실질적인 뉴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거 운동과 재임 기간 동안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취임식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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