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쏘아올린 '재판소원'…"권리구제" 대 "사실상 4심제"
대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민주당 재판소원 도입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 추진
법학계 "사법부 '기본권 침해' 권리구제 수단 도입해야"
"이재명 '불리한 판결' 나오니까 정치적 공세용" 비판도
2025-05-07 16:41:13 2025-05-07 17:13:48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후폭풍입니다. 재판소원이란 법원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 대상으로 삼는 제도를 말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판결에 대해선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정진욱 의원이 재판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재판소원에 대해선 법조계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합니다. 해묵은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됩니다.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지난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사건을 파기환송한 직후부터 불거졌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은 신이 아니죠. 법관에게 오류가 있을 수 있죠"라며 "(대법관이) 위헌적 판결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헌재로 다 보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유력 대권주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자, 이를 비판한 겁니다. 그리고선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단으로써 재판소원 도입 주장을 제기한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민주당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진욱 의원은 3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알렸습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청구사유)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 의원은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문구를 삭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민주당이 확보한 국회 의석 숫자는 170석입니다.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법 개정안을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두개가 아닙니다. 
 
우선 여당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 도입=이재명 구원'이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판소원은) 헌재가 법원 판결까지 들여다보는 4심제, 세계 최초이자 사법 기능 훼손"이라며 "헌재에게 법원 판결을 들여다보게 한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헌재를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의 반대도 넘어서야 합니다. 2017년 2월 대법원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확정 판결의 재심사로 일반적·포괄적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관의 사법권을 훼손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재판 소원 도입시 4심제로 인해 소송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내심에는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판단하게 함으로써 최고 법원으로서의 위상이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심지어 헌재 내부에서도 재판소원을 두고 의견을 갈립니다. 2013년 박한철 헌재 소장 재임 당시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법 개정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헌법재판소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판소원 금지는 재판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외면하는 것으로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와 법치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1월 퇴임한 유남석 헌재 소장은 앞서 2018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제도상으론 원칙적으로 (재판소원) 허용이 안 된다"면서 "국민이 필요로 한다면 그런 식으로 사법부를 개편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정책적으로 그 전에 여러 장단점을 비교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습니다. 
 
법학계에선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 수단으로 재판소원 제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민병로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을 도입한다고 해서 대법원 판결을 모두 헌법재판소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4심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헌이라고 의심되는 법률 조항을 적용해서 재판을 했을 때 재판소원을 허용하자는 것이 학계의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소원이 실질적 4심제라고 하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재판소원은) 상고심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재판 자체의 사실관계 인정이라든지 사실관계 인정을 위한 체증 법칙 위반 문제, 법률 해석의 적용 문제를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허영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견해입니다. 허 교수는 헌법학계 원로이며, 보수 성향의 법학자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허 교수는 지난 1996년 '계간 사상'에 실은 <한국의 사법제도와 인권>이라는 글에서 "모든 공권력 적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유독 법원의 재판(결정과 판결)만은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법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충분한 검토 없이 재판소원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판소원이 대선과 연관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입되면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차 교수는 "재판소원 도입 자체는 평소에 저도 주장하던 바"라면서도 "(재판소원 도입 주장이 나온) 시점이나 동기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민주당에) 불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니 이 판결에 불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차 교수는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헌재에 현재 계류 중인 사건의 수십배가 늘어날 건데 현재 헌재의 조직과 인력이 되지 않는다"며 재판소원 도입 주장에 앞서 관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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