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선고' 충격파…시민사회·법조계 "검찰개혁 넘어 사법개혁으로"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10명, 이재명 유죄 취지 판결 찬성
학계 "대법관 임명 절차, 대법원장에 종속되는 결과 가져와"
법관임명 절차개선 포함해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주장
2025-05-06 16:40:34 2025-05-06 16:40:34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6·3 조기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선 재발을 방지하려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등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루 뒤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 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에 배정됐습니다. 형사7부는 같은 날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잡았습니다. 파기환송심 판결은 6월 조기대선을 치르기 전에 나올 걸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과거 다른 사건에선 찾아보기 힘든 '속전속결 판결'로 사법부의 정치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의혹을 키우는 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입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22일 이 후보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했고, 그로부터 9일 만에 원심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을 10대 2로 내놨습니다. 
 
촛불행동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대선개입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에서 비롯됐다는 게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까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에 종속되는 결과를 이번 판결이 보여줬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명지대 객원교수)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사건에서 유죄 취지로 판결한) 10명의 재판관이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대법원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판결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대법원은 대법원장 전횡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을 개정해 대법관의 임명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헌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판사의 임명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법관 임명을 제청할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를 통해서는 법원 예산·행정 등에도 관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이기는 하지만, 사법부에 관해 사실상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의 개혁의 방향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겁니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도 그 일환으로 거론됩니다.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자는 겁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헌법에 위배된 판결을 내려도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를 규탄한다"며 "파기환송에 찬성한 대법관들은 탄핵하고 대대적인 사법부 개혁을 단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사법개혁의 방향으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추천권 삭제 등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인사특권 폐지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가능하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 △출신별 대법관 수를 엄격히 제한해 사법카르텔 해소 등을 제안했습니다. 
 
유승익 소장은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고,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을 빨리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헌환 교수는 "사법개혁 주장은 자주 제기됐지만, 대법원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아무것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사법 쿠데타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면 검찰과 법원 모두를 새롭게 개혁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개혁 필요성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공무원 노조)도 2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대개혁을 위해 이번 대선 후보자들에게 대법관 증원, 평생 법관제 도입 등 사법부 개혁을 위한 과제를 대선요구안 형태로 제안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사법개혁 논의는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이후 급물살을 탄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장 권한 축소, 법원행정처 폐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등이 사법개혁 과제로 논의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와 여론의 무관심 속 실패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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