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국 불안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은 공급감소와 거래심리 하락이 지속되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다음 달 3일 조기 대선 일정까지 확정되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 시기는 대선 이후로나 전망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가 주택 공급활성화는 물론 적절한 부동산 규제완화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금같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1분기 인허가·착공·분양 실적 모두 저조
2일 국토교통부의 '2025년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공공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등 현재 주택시장의 전반적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먼저 올해 1분기 주택인허가 물량은 총 6만5988호로 전년 동기의 7만4558호 대비 11.5% 감소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인허가 물량은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지방의 하락폭이 컸습니다. 올 3월까지 1분기 누계 주택 인허가 물량은 수도권 3만7276호로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 지방은 2만8712호로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했습니다.
주택시장의 또 다른 선행지표인 착공 실적 역시 하락세입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누계 주택 착공 물량은 3만4021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4만5359호보다 25.0% 감소했습니다. 지역별로도 착공실적 하락세가 눈에 띕니다. 수도권 전체에서 경기도만 전년대비 착공 실적 상승(1만299호→1만1981호)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9516호→4665호) △인천(4350호→1060호) △지방(2만1194호→1만6315호) 등 대부분의 지역 착공 실적이 전년대비 감소했습니다.
분양실적 역시 좋지 못합니다. 올 1분기 전국의 아파트 등 공공주택 누적 분양 물량은 2만1471호로 전년 동기의 4만2688호의 49.7% 수준입니다. 1년 만에 분양 물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겁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1분기 4741호에 이르렀던 아파트 분양이 올 1분기에는 서초구 방배동의 원페를라 1097호에 그쳤을 정도로 저조했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이처럼 주택 시장 전반의 공급 지표가 하락한 것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건설업황 부진에 정국 불안 장기화로 인해 시장 거래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건축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강화, 층간 소음 규제 강화, 친환경 아파트 비중 상승 등이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자 눈높이까지 높아져 주택 공급 사업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정국불안까지 장기화하면서 양쪽 요인들에 의해서 주택시장 공급탄력성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래는 대선 이후에나"…정국불안에 부동산 시장 '팔짱'
주택 거래 시장 역시 침체 분위기입니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제의 일시 해제 후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해당 제도의 재지정과 정국 불안에 상당수의 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선 이후로 거래 시점을 잡는 등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전월세 등 임대차 물량을 중심으로 문의 전화는 있지만 매매 거래는 예년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재건축 예정 물량 같은 경우 간간히 거래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실제 계약 성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확실히 적다. 아직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상황입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5117가구로 2013년 8월의 2만6453가구 이후 11년 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악성 미분양 물량의 81.8%가 지방에 몰려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미분양 증가가 부동산 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자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에서도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분양가 인하 유도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며 "높은 분양가 부담 때문에 아파트 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건축, 재개발을 포함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할 시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상향 조정하고, 국민주택 규모 주택 건설 비율을 조정하겠다"며 "기반 시설 설치비 부담을 완화하고 공사비, 분쟁조정 지원 등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와 간담회를 열며 미분양 주택 증가 등 주택시장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주건협 측은 이 날 맹성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주택 미분양 해소와 수요 진작 방안 5건과 주택사업자 유동성 지원 방안 5건, 주택공급 기반 확충 방안 6건, 공동주택 품질 제고 방안 2건, 불합리한 법인 중과세 개선사항 3건 등 5개 분야 21건의 과제를 건의했습니다.
이에 맹성규 위원장 등은 "미분양과 주택사업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업계의 현실에 깊이 공감하고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규제 강화냐 완화냐…새 정부 부동산 정책 '촉각'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새 정부가 어떤 주택 관련 대책을 내놓는지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대선이 끝나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새 정부가 어떤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느냐, 규제 강화로 가느냐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 풍향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의 경우 전반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서울 주택 거래량은 3월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주택 가격을 밀어올리는 힘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교체가 된다면 부동산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아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도 있다.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다주택자 규제와 종부세 등 강화 가능성이 있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분양시장의 경우 당분간 눈치를 보면서 지금 같은 저조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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