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정국 혼란 재부상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미 수년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지속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연말 터진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올 들어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실정이었는데요.
지난달 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했지만, 이달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정국 불안이 재점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정국 혼란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직접적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시기적으로도 가계 지출이 상당한 '가정의 달'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실제로 최근 물가 불안은 점점 커지는 실정입니다. 6일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1% 상승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2월(2%), 3월(2.1%)에 이어 지난달까지 넉 달째 2%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민생과 연관이 깊은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농산물(1.5%)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축산물(4.8%)은 도축 마릿수 감소, 수입 돼지고기 상승 여파로 3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습니다. 또 수산물(6.4%)은 어획량 감소 등으로 인해 2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가공식품은 4.1% 오르며 전체 물가를 무려 0.35%포인트나 끌어올렸는데요. 이는 2023년 12월 4.2% 오른 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입니다. 이는 최근 식품업계가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출고가를 대거 인상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김치(20.7%), 커피(8%), 빵(6.4%) 등 실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품목들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처럼 물가 불안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연초부터 정국 리스크 지속에 따른 소비자 경제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고환율 기조가 수입 원자재 가격, 출고가 등에 전이되면서 먹거리 물가 폭등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까닭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 대통령 선거가 1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단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됨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직이 넘어간 점도 정국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데요.
아울러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한 점도 서민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실정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많아 다른 달 대비 선물 및 행사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시기인데요.
직장인 윤모씨(46·남)는 "최근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이달 아이들 및 부모님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며 “여기에 정국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물가가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전반적인 소비 계획을 더욱 타이트하게 운용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국 리스크가 일단락되는 듯싶었는데 최근 다시금 재점화하면서 유통산업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며 "최소 대선 전까지는 소비심리의 불안 양상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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