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4·2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이번 한 번으로 끝날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그동안 관세 정책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만큼, 자국 이익을 위해 어떤 추가적 액션 행보를 단행할지 불확실성 해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관세 폭탄의 본격화를 앞두고 무역전선에 벌써부터 비상이 걸린 데다, 내부 부진 장기화로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는' 소비 형태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599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상호관세 앞두고 1분기 수출↓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599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했습니다. 1분기 무역수지도 전년 1분기인 84억9500만달러보다 하락한 73억38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역대 1분기 수출액을 보면, 지난해 1분기 수출액은 1633억달러로 8.3% 증가에 그친 바 있습니다. 이는 전 정부인 2022년 1분기 수출액과 비교해 2.08% 줄어든 성적입니다.
지난 2022년 1분기 수출액은 1735억 달러로 18.1% 급증세를 기록한 때입니다. 당시에는 6분기 연속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 수출액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23년 1분기에는 전년 10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시점으로 1512억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올 1분기와 2022년 1분기를 비교해서는 7.84% 급감하는 등 더 암울한 수출 곡선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업황 하락에 따라 무역 여건이 녹록지 않았던 우리나라 수출 전선은 트럼프 2기 집권까지 가중되면서 1~2월부터 이미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1분기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5일 적다고는 하나 올 1~2월 누적 수출이 -4.8%를 기록한 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달 3.1% 증가한 수출액도 2022년과 비교하면 8.62% 감소한 수준입니다. 특히 상호관세 시행인 4월 수출은 본격적인 잿빛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정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관세는 가격, 계약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업계의 큰 불안,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확실성 현상은 4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 전망도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려는 이번 상호관세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치지는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달 상호관세, 또 다른 관세들이 추가적으로 발표가 되는 것에 따라 점차 본격적으로 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승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대다수 기관들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에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은 아니며 여전히 확실한 방향을 파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등 불확실성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31일 서울시내 한 식당가 음식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내수 부진, '작은 소비'도 줄어
수출과 함께 경제의 양축인 내수도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옷, 신발, 음식료품 등 일명 '작은 소비'부터 공연관람을 비롯한 외식·나들이 등까지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보다 1.7% 줄었습니다. 의류, 신발, 소형가전 등을 의미하는 준내구재는 내구재보다 사용 기간이 짧은 상품으로 예상 사용수명이 1년 내외의 저렴한 상품을 말합니다.
음식료품·수도·휘발유 등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소모하는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 지수도 2.5% 감소했습니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가 지난해 12월 각각 1.0%, 1.5% 상승한 것과 달리 두 달 연속 감소세인 겁니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도 외식·나들이가 줄면서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의 경우는 3.0% 줄어드는 등 2022년 2월(-8.1%) 이후 큰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9.6%), 정보통신업(-3.9%),운수 및 창고업(-0.5%) 생산도 전월 대비 모두 감소했습니다.
경기 부진에 탄핵 사태 등 정치적 불안이 가중하면서 소소한 가계 소비까지 줄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씨티은행 분석을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통화·재정 정책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정치 불안, 경제 심리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회복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최대 관건은 지연되고 있는 탄핵 심판 선고의 신속한 결정이 꼽힙니다. 정치적 교착 상태로 인한 정치·정책 환경의 불안 해소가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밝힌 만큼, 판결 여부에 따라 소비지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경기 하방 압력 앞에 경기 진작과 세입기반 정상화, 기준금리, 원화 약세 문제, 물가 우려 등 복합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1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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