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씨 탄핵을 반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이 "이재명을 처단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에 분노한 겁니다. 이들은 또 탄핵을 찬성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를 향해 "빨갱이"라며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신도와 극우들에게 윤씨 탄핵 기각을 위한 노숙 투쟁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9일 오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습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2만명이 모였습니다.
주최 측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손팻말들을 나눠줬습니다. 손팻말 앞면엔 '이재명 즉각 구속', 뒷면엔 '근조 민주주의'라고 쓰여있거나 '국민은 저항한다' 문구가 적혔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6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 무죄 판결은 사법부의 치욕의 판결"이라며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았는데,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재판은 '로또 재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목사는 "헌법재판관들은 불리하니까 왜 (선고를) 질질 끄느냐 말이야"라며 "판결 잘못하고 기각시키지 않으면 반드시 재판관들을 감옥에 넣을 것. 이 대표 덤벼봐 자식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연단에는 "이재명을 처단하라"고 외치는 연사들도 있었습니다. 주최 측 사회자는 이를 받아 "처단하라"고 외쳤습니다. 청중 중에는 "이재명을 죽이자"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의 분노는 단순히 이 대표 한 사람한테만 향하지 않았습니다. 한길용 국민의힘 경기 파주을 당협위원장은 "빨갱이들을 몰아내자. 빨갱이를 몰아내자"고 외쳤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헌재 근처 안국역으로 행진했습니다. 이들이 '탄핵기각'을 외치자 행인이 귀를 틀어막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를 마치고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후에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안국역으로 행진을 했습니다. 탄핵 반대 시위 사회자를 맡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탄핵 찬성 진영에 맞서 안국역 5번 출구 자리를 사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주최 측은 아스팔트 보수가 '세이브코리아' 등 다른 시위에 나갈 게 아니라 헌재 앞이나 안국역 앞에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국역 5번 출구에 모인 이들 중 일부가 탄핵 찬성 집회를 막으려 이동하자 경찰이 펜스를 쳐 막았습니다.
시위 장소 동쪽 골목에서 '단결투쟁' 머리띠를 두른 노동조합 인원들이 나타나자 아스팔트 보수 수십명이 골목으로 몰려갔습니다. 이들은 "빨갱이"를 연호하며 물리적 충돌 조짐까지 보였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자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습니다. 주최 측 사회자는 "탄핵 찬성 측이 넘어오는 골목이 막혔으니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를 진행하며 헌금을 걷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튿날인 30일에도 사랑제일교회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전 목사는 "헌재에서 계속 선고를 미루고 있다. 정신 나갔다"며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자기들 유리할 때 2주 안에 끝낸다고 해놓고 심지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6월까지 간다는 것"이라며 "6월까지 가면 대통령이 다 끝나버리는데. 그래서 빨갱이들은 한칼에 날려버려야 해"라고 했습니다.
전 목사는 또 "월요일부터 여러분과 수도권에 있는 모든 자유마을 대표들이 24시간 노숙 투쟁을 해서 국민 저항권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라며 "겨울코트 다 가져와야 한다. 겨울 신발 두꺼운 걸로 신고 길거리에 스티로폼 깔고 잠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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