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 재부상에 6·3 조기 대선판이 '내란 종식' 대 '이재명 방탄' 구도로 재설정됐습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씨 탄핵에 반대했던 김문수 당 대선 후보와 12·3 비상계엄 사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내란 세력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줄 탄핵'과 '사법부 압박'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세론'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사법부, 3차 내란"…민주, 내란 범위 확대
이 후보는 6일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위해 찾은 충북 증평군의 한 식당 앞에서 "정말로 나라가 위기다. 12월 3일에 내란을 겪었고, 지금도 2·3차 내란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곧 국민들의 위대한 손길에 의해서 정확하게 진압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든 정치인 조봉암도 사법 살인이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무런 한 일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우리 이번에는 반드시 살아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외쳤습니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3차 내란 시도', '사법 살인'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당은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고, 이 후보의 재판 기일을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날인 11일 밤까지 연기해달라고 요구하며 사법 리스크 방어에 나섰는데요. 줄곧 이번 선거를 내란 종식과 대한민국 정상화 기점으로 강조했던 민주당은 무죄 판결의 항소심을 깬 대법원을 향해 날을 세우며 '내란 세력' 범위를 사법부로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윤호중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단회의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은 제1야당 대선 후보를 사냥하기 위해 적법 절차의 원칙, 사법 자제의 원칙,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모두 버리고 헌법 정신마저 무시하고 결국 '사법 쿠데타'의 길을 가고 있다"고 몰아붙였습니다.
동시에 이 후보는 지난 5일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추진을 두고 '내란 연대'라고 표현하며 내란 공세를 한층 높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후보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며 기득과의 싸움으로 프레임을 넓혀가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역습 시도…한덕수, 개헌·통상 '강조'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는 민주당에 맹공을 퍼부으며 역습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정부를 배출한 정당인 만큼 내란 종식 프레임에 맞서기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새 국면을 맞으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사법부 때리기를 부각하는 모습입니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대법원장 탄핵 겁박은 '이재명의 나라'에서는 삼권분립은 없다는 선언이자 '이재명 방탄 대선'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법부로 사법부를 침탈하는 것은 당 내부에서 쏟아질 후보 교체라는 상식적 요구를 막기 위한 '입틀막' 꼼수"라고 직격했습니다.
범보수 대선 후보들도 이 후보와 민주당을 때리며 방탄 대선 구도 싸움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4일 대선 후보 확정 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히틀러보다 더하고 김정은도 이런 일은 없다"며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탄핵 요구를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 이후 민주당은 또다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법리를 왜곡하고 감정을 자극하며 '속전속결 재판'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그 프레임을 충성스러운 스피커들이 마치 주문처럼 반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자가 계급장을 떼고 일선 검사와 붙어보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패기가 이재명의 민주당에서는 왜 개딸(개혁의 딸)을 앞세워 '감성 떼창'을 부르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냐"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육법공양에서 대선 후보들이 헌화 후 합장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권영국 정의당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사진=뉴시스)
다만 한 후보의 프레임 설정은 조금 다릅니다. 이 후보를 집중 공격하기보다 자신의 이력을 드러내며 '개헌'과 '통상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개헌이라는 화두를 던져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정부 '책임론'을 피해 가고, '통상 전문가'로서 차기 대통령 적임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관훈토론 기조연설에서 개헌과 통상 해결을 주요 어젠다로 제시했습니다. 한 후보는 "개헌으로 우리나라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민생, 경제, 외교, 개혁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헌에 성공하는 즉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대선 프레임 전쟁에서 국민의힘이 열세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은 아직 윤석열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탄핵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말한 바 없다"며 "'이재명 방탄' 구도가 잘 먹히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개헌 의제의 경우 정치권에 관심이 많은 사람한테는 주목할 만한 이슈가 될 수 있지만, 국민에게는 대선 후보의 약속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후보들 모두 개헌에 동의했고, 언제 할 것이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성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래의 과제'로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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