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의 첫 4강 토론은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이 사라진 채 90분간 탄핵으로 얼룩졌습니다.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김문수 예비후보는 "조기 대선의 뿌리 책임과 시작이 한동훈 후보에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한동훈 후보는 "아버지가 불법 계엄을 해도 막았을 것"이라며 맞대응했습니다. 두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단일화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2차 경선 진출자인 김문수(왼쪽), 한동훈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경선토론회 1:1 맞수 토론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90분간 탄핵 늪에서 '허우적'
국민의힘 2차 경선 일대일 맞수토론이 24일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렸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인 김 후보가 토론 상대로 한 후보를 지목해 주도권을 갖고 90분간 설전을 벌였습니다.
김 후보는 시작부터 윤석열씨 탄핵 책임을 한 후보에 돌리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김 후보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도,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모든 그 뿌리 책임과 시작이 우리 한동훈 후보에게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 후보는 "아버지가 불법 계엄을 해도 막았을 것"이라며 맞불을 놨습니다. 이어 "저는 민주주의자이고 공화주의자"라며 "민주당은 우리를 계엄 세력으로 몰 것이지만,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계엄을 저지했다"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윤씨와 한 후보의 관계를 언급하며 '배신자' 프레임을 굳히려는 공격도 나왔습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와의 관계는 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탄핵하고 구속하고 또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수준까지 왔을까 정말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한 후보는 "형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 계엄을 하면 막지 말아야 하냐"면서 "치명적으로 이거는 바로잡아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 몇 가지라도 교정됐으면 계엄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어 김 후보는 "(이 후보가) 자기 형이 자기를 정치적으로 반대하니까 이렇게 무리하게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시켰다"며 "한동훈 후보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이라고 단정하고 이런 것이야말로 이재명과 다를 게 뭐 있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에 한 후보는 "정말 큰 비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상대 진영 적수인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놓고도 한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조선 제일검이라고 한다"며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이렇게 많은 받는 사람(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인데 한동훈 우리 후보께서는 법무부 장관도 하시고 아주 명성을 날리는 검사셨는데 이거 왜 이렇게 (유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냐"고 저격했습니다.
한 후보는 "기억을 못 하시겠지만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해서 체포 동의안을 가결시킨 법무부 장관이 바로 저였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과의 숫자로 말씀드리면 오히려 지금 이재명 대표의 확정된 전과 숫자보다 오히려 김 후보님의 숫자가 더 많지 않냐"고 꼬집었습니다.
두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를 두고 충돌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꺾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국회 독재부터 대통령 독재까지 합쳐진다"며 "한덕수든 김덕수든 다 합쳐서 무조건 이재명을 이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후보는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정말 뭐든 해야 한다"면서도 "치열한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그게 뭐 미리 너무 그걸 앞장서서 얘기한다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을 지목한 안철수 후보와도 토론에 나섰습니다. 오는 25일에는 한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주도권을 한 번씩 주고받으며 연이어 맞붙습니다.
국민의힘 2차 경선 첫 번째 토론자인 김문수 예비후보가 토론 상대로 한동훈 후보를 지목해 주도권을 갖고 90분간 설전을 벌였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방지감사관제" "경제 NATO"…김문수·한동훈 '공약 대결'
이날 두 후보는 특히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요. 나란히 토론에 앞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김 후보는 일명 '이재명 방지 감사관제'를 공개했습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때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를 내부 감사가 전혀 적발하지 못한 사례를 정조준했습니다.
김 후보는 "감사원 소속 공무원을 전 부처와 광역단체, 주요 공공기관의 감사관으로 임명해 독립성과 실효성을 보장하겠다"며 "기관장 눈치 보기에 의존한 면피 감사, 봐주기 감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후보는 글로벌 통상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NATO(New Alliance for Trade and Opportunity, 무역과 기회를 위한 새로운 동맹)'를 창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한 후보는 "미·중 갈등과 같은 세계 통상 갈등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무역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국익 최우선의 전략적 협상 △우리 수출의 한 축인 중소기업 보호 △산업공동화 방지와 첨단 산업 육성도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홍 후보는 지난 23일 국민통합 비전발표를 끝으로 공약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일찌감치 공약을 공개했습니다.
네 후보는 오는 26일 4자 토론을 거친 후 29일 '당원 50%, 여론조사 50%' 투표로 결선 진출자 2인을 확정 짓습니다. 다만 한 명이 과반을 득표한다면 결선 없이 후보가 확정됩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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