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추경은 산불 같은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는 성격이 큰데요. 최악의 경우 올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이 나오는 현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입니다. 일각에선 대선 이후 '슈퍼 추경'이 편성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12조 추경안 국회서 논의
22일 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의 '산불 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을 위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추경안 편성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추경안 규모는 정부가 예고했던 10조원보다 2조2000억원 늘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재난·재난대응 3조2000억원 △통상 리스크 대응·AI 경쟁력 제고 4조4000억원 △민생지원 4조3000억원 △기타(국채이자, 주요행사 개최 등) 2000억원으로 꾸려졌습니다.
이번 추경은 산불을 비롯한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는 성격이 큽니다. 내수를 진작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대선 이후 2차 추경은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다음 달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하향 조정할 전망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는데요. 지난 1월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1분기 0.2% 성장도 방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며 "어차피 하반기 예산이 25%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향후 추경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애초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난해 민주당이 삭감한 예비비를 증액하자는 내용의 추경안을 역으로 제안하며 격돌했는데요. 결국 1분기 내 추경에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은 대선 전 대규모 추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추경 규모를 조정하고 향후 슈퍼추경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남은 20조원 규모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 후 새로운 추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상황이 악화할 가능성도 큰 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뒷받침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2일 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의 '산불 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명표 예산 '지역화폐'…슈퍼 추경 '화약고'
이날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오는 28일과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됩니다. 이때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추경안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후 30일 예결위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1일 추경안이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안에 반대하며 1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주장하는데요.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추경 규모를 애초 10조원에서 2조원 넘게 늘린 만큼, 추가로 대폭 증액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추경을 대폭 늘릴 경우 국가 재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다만 추경 필요성에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협상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관건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 증액 여부입니다. 지역화폐 활성화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꾸준히 강조한 사업입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 소비쿠폰(지역화폐) 집행 예산을 추가하자는 게 골자인데요. 민주당은 지난 2월 자체 슈퍼 추경안에서도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13조원가량 제안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합니다. '대선용 포퓰리즘', '매표용 현금 살포'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데요. 지역화폐의 경기 부양 효과가 작다는 점도 문제 삼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지역화폐가 학원 등 고액 사용처에 집중되면서 정작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국민의힘 지적입니다.
예결위 소속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 차원이지 현금으로 그냥 무작위로 주자는 게 아니"라며 "전통시장과 인근 상권으로 사용처가 한정되는 온누리 상품권 예산도 지난해 늘렸는데, 지역화폐를 두고 살포성이라고 지적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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