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 절반 이상이 여신금융채권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향세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에 역주행하는 모습입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5곳이 이달 들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평균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올렸습니다. 조달 비용과 대출금리 간 괴리가 지속되면 카드사의 이익은 늘어나고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신용점수 구간별 카드론 수수료율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KB국민카드는 4월 들어 카드론 평균 금리가 3월보다 상승했습니다. 하나카드와 현대카드는 금리를 동결했고 나머지 카드사들만 소폭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개 카드사 중 5곳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한 셈입니다.
특히 신용점수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론 금리도 신한카드와 롯데카드에서 각각 0.11%p, 0.21%p씩 상승했습니다. 고신용자보다 금리 부담이 큰 계층에 대한 이자 인상이 집중됐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여전채 3년물 AA+ 등급 금리는 올해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24일 3.022%였던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2.789%까지 떨어졌습니다. 불과 석 달 새 0.23%p가량 낮아진 것입니다. AA0와 AA- 등급 금리도 각각 3.065%→2.841%, 3.179%→2.932%로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에 이러한 조달 비용 절감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카드론 금리에 뚜렷한 인하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이유로 금리 조정을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카드사별 신용등급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금리 인상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029780),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은 모두 AA+ 등급으로 조달금리 역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AA-로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높지만 이외 대부분의 카드사는 낮은 조달금리를 통해 금리 인하 여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여전채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지만 지난 1월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가 뚜렷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카드론 잔액을 (축소) 관리하려면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금리를 낮출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는 별개로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를 토대로 조절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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