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문단 퇴짜에도 심의까지 오른 '인천 송도 R2' 개발사업
조례상 의무도 없고 관행도 아닌데… '부정적 평가'에도 안건 상정
2023년엔 위원회 '패싱' 논란, 이번엔 정반대로 '억지 상정' 논란
2025-07-18 16:05:35 2025-07-18 16:30:21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R2블록의 외국인투자 개발사업 안건이 인천시 투자유치자문단(이하 자문단)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에 상정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행정 절차의 타당성과 정책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N사와 P는 송도 R2블록에 대한 사업 개발안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했습니다. 먼저 N사는 3498세대의 주거시설을 짓는 내용을 포함한 약 6조원 규모 외국인투자 개발사업을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P사는 조성 면적의 대부분을 주거시설로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문단에선 두 업체가 제시한 개발안은 실질적인 외투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나타낸 겁니다. 
 
그런데 사업의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자문단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에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시청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송도 R2블록 위치도. (사진=인천도시공사)
 
자문단 "외투사업 아니다"...그런데 왜 회의에 올라왔나?
 
지난 2일 열린 시청 투자유치기획위에 앞서 자문단은 검토 의견을 내고 "송도 R2블럭 사업 개발안은 외국인 주도성이 희박하고, 외국인투자기업이 사업에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며 "외형상 공동주택 위주의 일반 민간개발사업에 가깝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실제로 자문단은 N사 제안에 대해선 "외투법인인 E사는 부동산과 무관한 패션업체로 확인되며, 투자의향서에 투자금액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P사의 제안 역시 "대표 주관사 기업분석보고서가 부실 제출됐고, 해외자본조달 14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포함했지만 지분투자·대출·메자닌금융(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을 포함한 것으로 자기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문단은 두 안건 모두 "외국인투자진흥법상 외투사업으로 보기에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안건 이름이 '송도R2부지 민간제안사업(외국인투자사업) 양해각서 체결 대상자 선정'인데, 실질적으로는 외국인투자 개발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2023년 백지화 사업과 동일"...N사는 바로 그때 그 업체
 
더 큰 문제는 이번 제안의 기시감입니다. N사는 지난 2023년, 같은 땅을 대상으로 유사한 개발안을 제출했으나 당시에도 전체 면적의 85% 이상을 주거시설로 구성하고 외투 명분만 앞세운 사업 구조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습니다. 
 
당시에는 인천경제청이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를 아예 '패싱'하려다 논란이 됐었습니다. 2023년 7월 인천경제청은 '단순 상호협력'이라는 근거로 위원회 심의를 피할 계획을 세워 '유정복 인천시장 패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기존 경쟁입찰 방식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 논란이 됐던 사업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23년에는 위원회 심의를 회피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자문단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안건을 굳이 위원회로 올린 것입니다.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운영하는 투자유치기획위는 자문단 검토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상정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자문단의 검토 의견을 존중해왔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통상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양해각서(MOU) 체결 관련 안건을 요청하면 시청이 이를 반려하지 않고 상정해온 관행이 있었다"면서도 "이번 안건은 자문단 의견이 상당히 부정적이었기에, 향후에는 시청에서 직접 안건을 검토하는 내부 절차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소재한 G타워.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위원회도 "부적절"...1~2명 제외하고 모두 반대
 
위원회 역시 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원회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위원회는 당연직 공무원 포함 20인 이내로 구성되는데, 1~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안건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며 "자문단 의견서만 보더라도 안건으로 올라오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위원도 "이번 사업은 외투사업이라는 외형만 갖춘 민간개발의 재포장에 불과하다"며 "재상정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자문단과 위원회 모두 부정적 의견을 냈음에도 시가 해당 안건을 기획위에 회부한 배경에 대해 시청 내부에서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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