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내란 혐의에 이어 외환 혐의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핵심 피고인 4명의 신병을 연달아 확보한 데 따른 겁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4명은 모두 비상계엄 실행계획을 기획·지휘한 인물들입니다.
특검은 위증·기밀누설·개인정보 유출 등 4명에 대한 추가 범죄 혐의를 포착,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특검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습니다. 내란 수괴 윤씨의 지시를 받아 내란중요임무를 수행한 피고인 4명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특검으로서는 외환 혐의 수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윤석열씨가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획·보고 라인 구속..."위증·기밀누설·도주 우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25일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시작으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을 모두 허가했습니다. 이들 4명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 계획 수립과 관련한 내란 예비·음모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중인데,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특검 또는 군 검찰이 위증·기밀누설·개인정보 유출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해 신병을 확보한 겁니다.
여인형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사령관은 군사법원에서 위증죄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군 검찰은 6개월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6월30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그의 구속을 결정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역시 6월25일 발부됐습니다.
특검은 이들 4명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윤씨의 외환 혐의 수사에 필요한 주요 실행계획 보고 라인을 정리했습니다. 특검은 이번 구속을 단순 신병 연장이 아니라, 향후 외환 혐의 수사·기소를 위한 기반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홍장원·조태용도 조사...외환 혐의 수사 '가시화'
이날 특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조 운용 관련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윤씨로부터 계엄 당일 밤 10시53분쯤 전화를 받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고, 직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로부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또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로 수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조 전 국정원장이 '싹 잡아들이라'는 윤씨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홍 전 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사직을 종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특검이 홍 전 차장을 먼저 불러 사직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에 조 전 국장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화될 걸로 보입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 전 국장원장은 이미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고발이 많이 됐다"며 "사건을 인계받은 특검이 전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향후 외환 혐의 입증을 위한 고위 관계자 조사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현재 특검이 윤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외환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수사량이 방대하고 군사기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어 혐의 입증과 영장 기재가 쉽지 않다는 점 △외환 혐의 관련 사실관계를 신병 확보 후 정밀하게 다퉈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 이번에 청구한 영장에선 외환 혐의 내용을 제외했습니다. 내란 혐의만으로 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실제로 윤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관련해 특검에선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했는데, 내란 혐의만 다뤘음에도 그 분량이 178장에 달했습니다.
윤씨의 외환 혐의 수사를 위한 특검의 사전 작업은 충분히 준비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구속 만료 직전 기획·보고 라인에 있던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이뤄졌고 이들이 작성한 문건에는 국정원 지휘·감독, 계엄사령관 교체, 병력 배치 등 민간 통제 구상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검은 윤씨가 이 같은 실행계획 보고를 받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사실상 승인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특검 출석 조사에서 윤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특검은 대통령 기록물 폐기, 출석 방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의 행위를 통해 사후 정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씨가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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