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사자들 '무죄 주장'…윤석열은 14일부터 재판
파면 열흘 만에 피고인 출석
최상목·조태열 증인신문 예정
윤씨측, 또 소송절차 문제삼나
김용현·조지호 등도 무죄 주장
2025-04-11 17:12:45 2025-04-11 17:12:45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가 14일 피고인 신분으로 내란죄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합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선고된 지 열흘 만입니다. 헌재가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윤씨 측은 형사재판에서 ‘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탄핵심판처럼 소송 절차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윤씨에 앞서 재판을 받고 있는 12·3 내란사태 핵심 관계자들은 헌재 결정에도 여전히 무죄 주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란주요임무종사에 대한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피고인들 나름의 소송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석방된 윤석열씨가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합니다. 피고인 윤씨에겐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생깁니다. 다만 윤씨 측은 이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서 법정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법원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윤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용했습니다.  
 
첫 기일부터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두 사람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입니다. 국무회의 관련 공방을 통해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위반 여부를 가릴 예정입니다.  
 
또 국무회의 당시 두 장관이 받았던 계엄 관련 문건에 대한 신문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란 문구가 포함, 논란이 됐습니다. 윤씨가 과거 전두환씨 군사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처럼 국회를 대신할 기구를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 된 겁니다. 조 장관도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인물 중 하나입니다. 조 장관은 윤씨에게 직접 쪽지를 받았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말해왔습니다. 
 
앞서 헌재는 윤씨 탄핵사건에서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인정했습니다. 헌재는 윤씨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계엄 문건에 대해서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심판정 진술을 토대로 ‘문건 작성·전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윤씨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윤씨 측은 형사재판 때 ‘정당한 국가긴급권 행사’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윤씨 측은 대신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빌미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의 수사권을 걸고넘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탄핵심판과 같이 소송 절차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형사재판은 탄핵심판보다 훨씬 지지부진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헌재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인정됐지만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내란 혐의 사건 수사기록이 4만여쪽에 달하고, 검찰이 채택해야 한다고 밝힌 증인만 520명에 이릅니다. 1심에만 최소 2~3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윤씨가 석방되면서 ‘피고인이 구속됐을 경우 6개월 내 1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도 적용되지 않게 됐습니다. 내란죄가 인정될 경우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씨는 최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집니다. 따라서 윤씨 측도 최대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 장관이 지난해 11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사태 핵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윤씨를 파면했음에도 이들의 태도엔 달라진 게 없습니다. 내란주요임무종사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피고인들 입장에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겁니다. 
 
김용현 전 장관 측은 헌재 결정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무죄를 주장합니다. 김 전 장관 측은 지난 10일 재판에서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위기 의식이 있었고,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으로 존중될 수 있다고 헌재가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헌재는 윤씨 탄핵사건 결정문에서 윤씨의 위기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치로 해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찰 수사권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은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개정된 검찰청법을 무시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인사들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물귀신 작전’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청장 측은 지난 7일 증인으로 출석한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과 포고령에 관해서 상의를 했는지 여부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조 청장 측은 “포고령을 따라야 하는지를 두고 경비 책임자인 증인과 상의하는 게 상식”이라고 하자 임 국장은 “상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조 청장 측이 재차 “처벌받을까 봐 잘못 진술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임 국장은 “변호인이 조 청장과 논의했다고 추정하는데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조 청장 측은 지난달 31일 재판에서도 부하들 중에 아무도 포고령을 따라선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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